넉넉한 결산배당으로 ‘K-디스카운트’ 해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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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배당제도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06 00:02:30

연말이 되면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종목이 있다. 바로 배당주다. 배당금을 많이 주는 종목을 일컫는 배당주는 매년 11~12월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대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결산배당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결산배당을 받기 위해선 배당기준일(12월30일)을 기점으로 이틀 전(12월28일)까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듬해 초 이사회·주주총회를 거쳐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배당 제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 실제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른 채 주식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고배당주로 기대했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주당배당금(DPS)이 적고 배당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깜깜이 배당률이 배당주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셈이다.

이와 달리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선진국은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식으로 배당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보면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을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배당 제도를 꼽는 게 이해가 갈 정도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불투명한 배당제도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할 만하다. 지난달 28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앞으로는 다른 선진국과 같이 배당금액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무부와 함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난 다음에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당액을 결정하는 정기주총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상법 법령해석 등에 명확히 하고 ‘선(先) 배당기준일, 후(後) 배당액 확정’을 명시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분·반기배당 특례 법률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제도 개편으로 배당 투자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기업들이 순이익을 투자자들과 많이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낮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은 19.14%로 미국(37.27%)·영국(48.23%)·독일(41.14%)·프랑스(39.17%)·일본(27.73%) 등 주요국보다 크게 떨어진다.

주주는 의사결정권리와 이익실현권리를 갖는다. 소액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익실현권리가 특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배당금을 낮춰 놓으면 투자자는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고 오르면 다시 파는 식의 단기 매각차익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사실상 주주로서의 권리를 상실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장기 배당투자에 따른 이익을 늘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국민을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공간이다.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가치를 제고할 수 있고 국민은 투자 활동을 통해 근로소득 외에 돈을 벌 수 있다. 자본시장은 실물경제와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배당성향을 늘려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당국은 지속 가능한 배당성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도움을 줘야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