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만 한 법인세 인하 ‘기업 목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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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법인세 추가 인하 시급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09 00:02:30

세율 1%p를 내린 법인세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의 하향 조정이었다.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에서 26.5%로 떨어졌다. 반쪽짜리 성과였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24.5%)과는 거리가 멀었고 1%p 내려도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26.5%)은 열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치(23.2%)보다는 3%p 이상 앞선다. 최근 5년간 법인세 인하 흐름을 무시한 결과다. 2017년 한국의 법인세율은 24.2%로 OECD 24위에 불과했지만 2018년 법인세율을 대폭 올리면서 10위권으로 들어왔다. 세율을 내린 프랑스·미국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법인세를 왜 내려야 할까. 이론적으로 법인세 인하는 세후 수익률이 ‘0’이 되도록 하는 자본의 사용자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고 세율만 하락한다면 더 많은 투자를 창출할 수 있다. 또 투자 확대에 따른 고용 증가는 국가경제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수많은 연구로 증명됐다. 카렐 메르턴스 등은 2013년 “법인세를 1%p 내리면 1년 뒤 GDP가 0.6% 오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황상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최근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인하하면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은 5.7%p 늘어나고 고용은 3.5%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법인세를 높이면 상장법인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소득·시세차익을 축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법인세 부담이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시간제근로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에게서 법인세 부담 증가가 더 크게 발생했다고 한다.

호황기였다면 법인세 인하 논의를 뒤로 미룰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기침체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악재다. 국내외 기관 대다수는 수출·민간소비 침체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침체를 앞두고 우리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8.3회(작년 3분기)로 2017년 3분기(11.1회) 대비 크게 줄었다. 단기채무를 충당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유동비율도 2018년 3분기 133.4%에서 지난해 3분기 122.4%로 크게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우리 사회에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금 부담으로 기업이 투자·고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생산성을 키울 수도, 임금을 올릴 수도, 고용을 늘릴 수도 없다.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도 맞지 않는 프레임이다. 법인은 주주·자본가·근로자 등 여러 유형의 경제주체들이 결합된 집단이다. 법인세를 내리면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근로자에게도 이득이 돌아간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법인세 인하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