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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부업 이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대부업체들도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교적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중단보다는 유연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지만 업계는 그것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 감소세… 저신용자는 더 줄었다
제도권 금융의 끝자락인 대부업 이용자가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신용자인 취약차주가 이른바 ‘대출 절벽’에 내몰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규모는 2021년 12월 말 106만7005명에서 △2022년 3월 말 102만4982명 △2022년 6월 말 100만162명에 이어 2022년 9월 말에는 96만8688명까지 감소했다.
특히 비교적 저신용자들의 감소가 컸다는 분석이다. 신용점수 300점대인 대출자들의 규모는 2021년 12월 말 44만2336명에서 2022년 9월 말 37만1504명으로 7만명 이상 줄었다. 반면 500점대 대출자들은 같은 기간 3만593명에서 3만3138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신용대출액 역시 감소했다. 2021년 12월 말 8조4578억 원을 기록한 대부업 신용대출액 규모는 2022년 9월 말 8조37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대출 유형별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용대출에 비해 담보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대출잔액 15조8764억 원 중 신용대출은 7조3276억 원(46.2%), 담보대출은 8조5488억 원(53.8%)이었다.
신용대출은 2021년 12월 말 7조298억 원 대비 2022년 6월 말 4.2% 증가했고 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12.3% 증가했다. 특히 담보대출 비중은 2020년 말 49.3%에서 △2021년 6월 말 51.9% △2021년 12월 말 52.0% △2022년 6월 말에는 53.8%까지 늘어났다.
신규 대출 중단 릴레이… 금융당국, ‘유연한 대응’ 당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조달금리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관리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더불어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리스크 및 수익성 관리를 위해 부득이하게 신규 대출 취급 중단을 결정했다”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규 대출을 추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이번 대출 중단은 시장 상황에 따라서 이뤄지는 것이지 대부업 철수를 염두에 두고 진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부업체인 리드코프 역시 지난해 10월 말 신규 대출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최근 제2금융권에서 대출 중단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관련 업계에 ‘유연한 대응’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건전성·리스크 관리 측면이 있지만 대출취급 중단 등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금융권의 유연한 대응을 당부한다”며 “아울러 금융당국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불법 사금융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해 엄청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유연한 대응’의 예로 대출취급을 중단하기보다는 여신정책에 따라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의 은행권 차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 등을 제시했다.
대부업계 “물은 차오르는데 천장은 막혀 있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법정최고금리에 묶여 있는 업계 사정상 신규 대출 취급 중단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법정최고금리는 대출상품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높은 금리를 뜻한다. 이 금리는 2021년 7월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됐다. 반면 조달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카드채·리스채·할부금융채 등의 금융기관채인 금융채∥(AA+·3년 만기)의 금리는 1월4일 기준 5.3%대를 기록 중에 있다. 지난해 초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이 크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는 계속 낮아졌는데 조달금리는 올라가다 보니까 수익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이용자가 줄어든 것도 심사를 기존보다 더 까다롭게 해야 되니까 대출 상품을 많이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밑에서부터 물은 계속 올라오는데 천장은 막혀 있으니 숨 쉴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기준금리와 연동을 하던지, 외적인 요인을 감안하는 등 어느 정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도 “현재 금리가 많이 올라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가 대출을 내면 오히려 역마진을 우려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KDI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 도입해야”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의 롤오버(만기 연장)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에 따라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는 변동하는 반면 대출금리에 대한 법적 최고 허용치인 법정최고금리는 20%에 고정돼 있다”며 “따라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법정최고금리-조달금리 스프레드(차이)가 감소하고 그 결과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던 가계들이 대출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문제의 심각성은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금리로 차입하고 있는 가구가 주로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라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며 “조달금리가 인상되면 소득수준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가구가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달금리가 2% 상승함에 따라 2021년 말에는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차주 중 약 69만2000명이 더 이상 2금융권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2금융권에서 배제되는 신용대출의 규모는 약 6조3000억 원으로, 배제되는 차주들이 보유한 모든 대출을 합산한 규모는 35조3000억 원에 달한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다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며 “조달금리의 상승폭만큼 법정최고금리가 인상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공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상품에 존재하던 가격 경직성, 즉 대출금리의 경직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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