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낙하산 인사’ 구태… 尹정부는 반복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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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580여 조 원… ‘빅 배스’ 단행 절박
36개 공기업 중 12곳 비상임이사 전문성 결여
전임 정권들의 전철 밟고 있어 국민 실망감 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2 00:02:02

인사(人事)는 조직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 척도로 작용한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전문성과 도덕성 등이 결여된 인사들을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공공기관(공기업)이 천문학적 부채를 안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케 해 숱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기대를 걸었던 윤석열정부에서도 근절되지 않고 전임 정권들의 전철(前轍)을 밟고 있어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공기업 사장은 물론 비상임이사까지 전문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기업 비상임이사 10명 중 4명 이상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인사로 채워진 게 잘 말해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36개 공기업 임원 현황을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이 여럿 차지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임명된 비상임이사 47명 가운데 20명(42.5%)의 직무 관련성이 불분명하다. 36개 공기업 중 12곳에서 낙하산으로 의심될 만한 비상임이사들이 임용돼 3곳 중 1곳 꼴로 석연찮은 인사가 이뤄졌다.

역대 정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을 공공기관 등의 주요 임원으로 임명해 경영 부실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해 인사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곤 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을 추진하고 있는 윤 정부에서도 ‘전리품 나누기’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은 전문성이 필요한 곳인 만큼 논공행상이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근원은 낙하산·코드 인사 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권과 유착된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이 과정에 힘을 보탠 주변인들이 채용 청탁에 나서는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다. 기관마다 임기 만료 일정에 따라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새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데 반대하진 않지만,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구태는 청산돼야 할 적폐임을 인식해야 한다.

2022년 말 공공기관 350곳 부채는 580여 조 원에 근접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다. 공공기관 부채를 방치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 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제기된 지 오래다. 공공기관의 천문학적 부채는 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및 탈원전 같은 정책 오류, 한국판 뉴딜 등 공공사업을 진행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2017년부터 급증했다.

근본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 등 공공주도 정책과 일자리가 크게 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출연·출자·보조금 등의 합계인 정부 순지원액 증가 영향이 크다. 공공기관이 세금에 의지해 연명했다는 뜻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다수 공공기관장과 감사·이사들의 경영능력 부재가 이를 부추기고 키운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가 과도하기에 제대로 된 인사 개혁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해야 한다. 빅 배스는 묵은 때를 모두 벗겨내는 ‘큰 목욕’을 의미하며, 새로 취임한 책임자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공기업 기관장은 물론 비상임이사 자리까지 정치권의 ‘나눠먹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개혁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출발점이기에 그 책임이 막중하고 개혁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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