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과 ‘비윤’에 진짜 ‘尹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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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尹심과 나경원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6 00:02:30

이른바 ‘나경원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의 사직서를 서면 제출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해임해 버렸다. 징계성이라는 후문이 일었다. 언론은 시시각각 ‘나경원 사태’를 조망하며 그의 당 대표 출마 시점을 예측하는 보도를 쏟아 내고 있다.

최근 기자가 만난 여권 관계자들은 대통령실과 여권 내의 친윤 진영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에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 전 의원은 대선캠프 시절부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친윤계와 달리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으며, 윤 대통령이 장관급인 2개의 위원장 자리를 줬음에도 당 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가 나오자 지방 당 행사를 돌거나 대통령실 측과 관련 없는 정치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였다.

물론, MB와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친이와 비이·친박과 비박이 있었으나 잡음이 일거수일투족 여론에 대대적으로 생중계되듯 공개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 측의 대립 구도가 그대로 보여지는 데는 대통령실 측의 미숙함 탓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 전 의원의 대통령 면담 신청이 불발된 것도 ‘불통’ 이미지를 부추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처럼 친윤을 자처하는 이들은 윤 대통령의 의중인 윤심(尹心)을 방패막이 삼아 나 전 의원이 비윤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당 대표의 전철을 밟아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하고 자기정치를 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원투표 100%’로의 룰 변경으로 강력한 당 대표 주자로 꼽혔던 유 전 의원을 배제한 후 ‘김·장 연대’로 친윤계 후보를 김기현 의원으로 정리했는데,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대통령실과 각을 지고 있는 새로운 비윤계 후보가 등판하는 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3개월 넘는 내홍을 벌였던 이 전 대표는 나 전 의원을 견제하는 친윤계를 연일 저격하며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일갈했다. 또 비윤계 측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별의 순간이 왔다’며 그의 출마를 두둔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대룰을 변경하며 ‘비윤 솎아내기’, 즉 ‘친윤’에 유리하게 ‘승부를 조작했다’는 비난의 중심에 섰었는데, 전대룰 변경에도 다시금 ‘비윤’ 대 ‘친윤’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르겠다며 비윤계 당권주자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친윤 측은 계속해서 나 전 의원을 윤심과 각을 진 비윤으로 몰아세운다. 이들의 목소리에 당원들 간에 갈라치기가 이어지고 나 전 의원에 대한 비난공세가 더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윤 대통령은 친윤·비윤에 아무 관심이 없다. 국정운영 과제에만 사활을 걸 뿐”이라고 밝혔다. 진짜 윤심은 윤 대통령 최측근도 모른다는 게 측근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당 대표 자리와 공천권에 눈이 먼 당권 주자들이 자신들을 친윤·비윤으로 나눈 후 샅바싸움 중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3대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윤심은 그의 국정운영 방향과 외교와 안보 정책에 있다. 윤심이 특정 당권 주자에게 향해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