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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만 보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하루 종일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경기도 김포에서 낳고 자란 필자는 학창시절 논과 밭에서 부모님 일손을 도우며 숱하게 많은 비행기를 접했다. 육중한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 마냥 신기했다. 한때 조종사를 꿈꾸며 공군사관학교를 노크했던 것도 이때의 추억 때문이다.
집 거실에는 미국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A 모형이 있다. 2011년 록히드 마틴 경영진 방한 시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보내 온 것이다. F-35A는 미사일 등 무기가 밖으로 전혀 노출되지 않아 매끈한 게 특징이다. 현재는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돼 영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공항에서 열린 에어쇼를 참관한 일이 있다. F-35A는 물론 억만금을 줘도 미국이 절대 외국에 안 판다는 F-22의 위용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수직 이착륙은 물론 공중에서 90도 꺾어날기와 제자리 멈춤 동작은 혀를 차게 했다.
외형은 F-22와 비슷하고 성능은 F-35A를 닮은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가 17일 약 4만 피트(약 12.1km) 고도에서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스웨덴·유럽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세계 8번째 쾌거다. 지난해 7월 첫 시험비행에 나선 지 6개월 만에 비행 성능 테스트의 최종 관문인 음속(마하 1·시속 1224km)을 돌파한 것이다. 아직은 4.5세대이지만 스텔스 기능만 추가하면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2003년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골든이글)이 음속을 돌파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T-50은 미국과 기술협력으로 개발된 기종이다. KF-21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KF-21은 최대 음속의 1.8배로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면 공기 저항으로 날개 등 기체에 강한 충격파가 발생해 기체가 훼손되기 일쑤다.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치곤 엄청난 성공인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고도와 속도를 더 높여가면서 초음속 비행 구간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공군 비행기 한 대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6·25 남침과 미국산 전투기에 의존했던 영공 방어가 이젠 국산 전투기로 대체하게 됐다. 현충원에 잠든 영령들께 비로소 면이 서게 됐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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