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이미 실행 중인 ‘명상 발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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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당신은 오래전부터 명상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모든 집중에 대하여 ‘이름’과 의미를 부여해 보길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27 10:19:45

무엇이 명상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딱 한마디로 정리해 달랜다. 그럴 때 하는 대답이 있다. “생략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무엇을 생략한단 말이오?” “걸을 때는 두리번거리는 것을 생략하고, 식사할 땐 이런저런 잡념을 생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슨 재미로 걷거나 밥을 먹는단 말이오?” “혹시 걸을 때는 걷기만 하고 밥 먹을 때는 먹기만 해 보신 기억이 있나요?” “그러게요. 그게 그렇게 되기도 합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당신에게 그런 경험이 없을 리 없다. 그것에 대한 의미를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이 언젠가 5명의 경쟁자와 100m 달리기 시합을 했을 때, 두리번거리며 달렸을까. 아니다. 오로지 결승선만 마음에 두고 전력질주 했을 것이다. 아침과 점심을 거른 후 저녁밥을 겨우 먹게 됐을 때 ‘아, 어느 지역에 사는 농부가 이 쌀을 수확했을까, 이 밥은 왜 이렇게 따뜻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먹었을까? 아니다. 오로지 먹는 일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 번째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게 생략하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란 말이오?” 이쯤해서 질문자와 답변자의 위치를 변경시켜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어떤 상태가 될까요?” “난 별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어렵지 않게 경험하는 경지가 있다. 소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현상이다. 이것은 경쟁자 없이 30분 이상 달릴 때 체험하는 육체적·심리적 고양 감각이다. 그때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 ‘꽃밭을 거니는 느낌’이라고 한다. 의학에 의하면 이런 현상을 경험하는 러너의 뇌에서는 이른바 체내 모르핀이라고도 불리는 엔돌핀 분출 현상이 생긴다.

책읽기나 글쓰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글을 쓸 때, 특히 마감 시간이 임박해 올 때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한 후 시간을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알게 되곤 한다. 이 또한 일종의 러너스 하이 현상이다. 그 두세 시간 동안 당신이 생략한 일을 한번 되짚어 보면 어떨까. 아마 식사도 생략하고 군것질이나 음악 듣기·대화·통화·화장실 출입 따위를 생략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당신의 경험 속에서 명상의 실증적 사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은 당신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 속에 이미 존재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만약 이렇게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 당신이 지금 행하고 있는 어떤 동작이나 집중 현상에 대해 ‘이것도 명상이지!’ 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어쩌면 당신이 이렇게 자주 ‘명상하고 있음’에 대해 놀랄지도 모른다. 오늘만 해도 뭔가에 집중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던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마련할 때 당신은 다른 생각 없이 칼로 마늘을 다지고, 양파를 썰고, 고기를 저몄을 것이다. 이때 당신은 음식 명상을 한 셈이다. 햇빛을 즐기며 동네를 한바퀴 천천히 걸었을 때 이완과 고요함을 체험했다면 걷기 명상이라고 할 만하다. 커피 원두를 갈아서 찻잔에 커피물을 내리는 동작 외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면 그 또한 고요함과 기쁨이 배어든 명상 아니랴.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자신이 하는 행위와 느낌에 대해 당신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일은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냐?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는 게 무슨 명상이겠어?’ 하는 사람과 ‘내가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도 명상이지’ 하는 사람의 차이가 보이는가.

의미 부여가 핵심이다. 당신은 어느 쪽이 되고 싶은가. 김춘수 님의 시, ‘꽃’은 정확하게 모든 삶의 행위와 의미의 관계를 묘파해 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하략)

‘꽃’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것처럼 커피를 내릴 때의 집중을 무심코 지나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평소 흔히 해 오던 ‘몸짓’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그 몸짓에 ‘커피 명상’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의 행위는 그저 그런 ‘몸짓’이 아니다. 당신의 행위는 ‘커피 명상’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렇게 ‘내 안에 이미 있었던 명상’을 발견하는 힘이 생길 때 당신의 삶 속에서 ‘명상의 영토’는 넓어지게 될 것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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