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적 ‘베이비 스텝’으로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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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4.50~4.75%… 한·미 금리차 1.25%p로 다시 벌어져
파월 “연내 금리인하 없다”… 섣부른 통화 완화에 선 그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2 14:31:02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1~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4.25~4.5%에서 4.5~4.75%로 0.25%p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을 여전히 경고하면서 금리 인상 방침을 유지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31~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4.25~4.5%에서 4.5~4.75%로 0.25%p 인상했다. 이는 2007년 10월(4.5~4.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한국(3.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한 달 만에 다시 1.25%p로 벌어졌다.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50%p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한 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특히 작년 6월·7월·9월·11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다만 지난해 연말 물가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12월 FOMC에서 인상폭을 0.50%p로 낮추고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비와 생산 측면에서 완만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노동시장도 견고하다”며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상승 국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고도로 주의하고 있다”고 밝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임을 확인했다.

적정 목표 물가상승률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2%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됐지만 여전히 너무 높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 전개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하향 곡선이라고 확신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개선되는 등 상품 가격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며 “주택시장과 서비스업에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어느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지에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역사는 너무 일찍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왔고, 우리 역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현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으로 긴축하려면 금리 인상이 두어 번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FOMC 위원 19명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적절한 금리 수준으로 5.00~5.25%(중간 값 5.1%)를 제시했다. 연준이 이날 금리를 4.50∼4.75%로 올린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0.25%p씩 두 번만 더 올리면 되는 수준이다.

다만 연준의 긴축 의지와 다르게 증권가는 소비 여력을 낮출 지표들이 나온다면 긴축 정책도 멈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의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인정했기에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의 시작을 인정했다”며 “주택 등 서비스부문 물가상승률의 하방 경직성을 언급한 가운데 여전히 정책 스탠스에 대해서는 지표 의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완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음을 언급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고용 지표는 계속해서 중요하겠지만 소비 여력을 둔화시킬 충분한 데이터들이 쌓인다면 연준의 긴축 스탠스는 멈출 것”이라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파월 의장은 긴축 정책이 당분간 지속적일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최종금리를 5.00%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고용비용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 등 당분간 연준의 긴축 정책을 중단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면서 완화적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유가의 하단이 견고해지고 있고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을 추가 하방 압력을 제한하고 있는 점과 서비스물가의 하락 속도가 더딜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물가 우려는 하반기에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 연구원은 “시장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낙관할수록 경기가 개선되면서 물가가 반등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연준은 연말까지 고금리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올 3월 금리를 0.25%p 인상한 후 연말까지 5%로 동결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