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사법개혁 법안 ‘암초’… 360억 유로 수령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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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 대통령, 반부패법안 친여 성향 의혹 헌재에 넘겨
EU집행위원회, 법안 통과 전 회복기금 지급 없을 듯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13 13:25:52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사법개혁 법안을 폴란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맡겼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법안 통과를 조건으로 폴란드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360억 유로(약 49조 원)의 수령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이 경우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하고 있는 K2 흑표전차와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의 대금 지급에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10일 밤 두다 대통령은 사법개혁 법안에 서명하지 않고 대신 법률이 폴란드 헌법에 맞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 재판소에 회부했다. 그는 이날 전국 연설에서 “이 법을 헌법 재판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폴란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이 법안은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개혁 법안은 폴란드와 EU 사이에 자금 지원을 위해 합의된 ‘핵심 조건’으로, 그동안 EU 집행위원회(EC)는 이 법안 통과 없이 EU 회복기금에서 360억 유로의 보조금과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 법안을 2015년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한 이후 망가진 폴란드 사법제도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열쇠로 EC는 보고 있다.

앞서 폴란드와 헝가리는 2021년 EU가 발효한 ‘법의 지배’ 조건이 회원국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유럽연합 쪽을 제소한 바 있다. 이에 EU사법재판소(CJEU)는 지난해 2월 “모든 EU회원국이 ‘법의 지배와 연대’ 같은 공통 가치에 서명했다”면서 EC의 손을 들어줬다.

두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올 가을 총선을 앞두고 3연속 집권을 노리는 여당인 (PiS)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이지만 사실상 PiS와 행보를 같이해 온 두다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중이어서 3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가 PiS와 어긋난 행보를 보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문제는 폴란드 헌재에 PiS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점이다. 그동안 몇 몇 판사가 폴란드 헌법을 위반한 채 임명됐고 이 사건으로 폴란드는 EC와 갈등을 빚어왔다. 두다 대통령은 16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가 신속하게 평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러 재판관이 대통령에 반발하고 있어 결정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EC는 폴란드 정부가 EU의 법치 원칙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폴란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관 징계 절차를 중단하라는 EU 법원 명령을 준수하지 않아 2021년 10월부터 사상 최고액인 하루 1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러시아의 위협이 가시화되자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수십조 원 규모의 무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180대, 한화에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212문과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00여 문을, 한국항공우주(KAI)는 FA50 전투기 48대를 각각 수출하기로 했다. 모두 124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폴란드의 2020년 국방예산이 128억 달러 수준이어서 구매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폴란드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인 국방비를 3%까지 끌어올리고, 과거 한국의 방위세와 유사한 국군지원펀드(PFR)도 신설한 점을 들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