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출신의 ‘천재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그는 28살 최연소 지휘자로 미국 LA 필하모닉에 데뷔했다. 최고의 음악상인 그래미상 수상 이력은 네 번에 이른다. 어지간한 곡은 다 외워서 연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섬세한 해석과 타고난 음악성으로 완성시킨 명음반은 수십 장에 이른다.
1970년 베네수엘라는 당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청소년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엘 시스테마’라는 공공 음악교육 제도를 출범시켰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무료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거리를 전전하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고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두다멜도 이곳 엘 시스테마에서 처음 음악을 접하고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
엘 시스테마의 보급은 성공적이었다. 전국 곳곳에는 40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생겨났고 80만 명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기 위해 엘 시스테마를 찾았다. 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청소년 범죄율은 급감했다.
최근 국내 청소년 범죄 양상이 심상치 않다. 남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청소년 마약 범죄율이 급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늘었다. 범위를 10대로만 한정할 경우 증가율은 304%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엄단에 나서겠다고 했다.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응당 이뤄져야 하지만 사후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범죄에 빠지지 않는 환경을 사전에 조성해 주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음악은 청소년 범죄 예방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인식한 듯 2010년부터 정부 주도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인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음악교육의 수혜가 소수에게 국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확보돼야 한다. 지자체에 한 개씩 설치된 꿈의 오케스트라로는 부족하다.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은 또 다른 경쟁만을 촉발할 뿐이다. 학교별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등 방과후 음악 활동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2023년 서울시 교육 예산을 살펴봤다. 전체 예산 16조8000억 원 중 문화예술 교육활동에 배정된 예산은 298억73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예산의 0.18% 수준으로 한 학교당 배정된 예산이 1000만 원 남짓인 셈이다. 강사 고용은커녕 악기 구입도 어려운 예산이다.
개인의 성공을 강조하는 사회 풍조와 달리 예술 특히 음악은 ‘함께함’의 가치를 강조한다. 합창이나 오케스트라 합주에서는 개인의 소리를 잘 내는 것보다 옆 사람의 소리를 잘 듣고 함께 맞춰 가는 하모니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각박한 오늘의 세상에서 이보다 더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일이 있을까.
당장은 예술 교육이 가져올 효과가 미미할지 모른다. 예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바꾼다. 꽃 하나가 꽃밭을 이루고 한 그루 나무가 단풍 들며 산 전체를 물들이듯 학교에서의 예술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정치권은 물론 교육 현장에 배치된 교사들 그리고 미래 세대의 양육을 책임져야 할 기성세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청소년이 손에 쥐어야 할 것은 마약이 아닌 희망의 노래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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