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실수의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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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의 작가노트] 실수의 상품화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16 06:30:30

“오빠 오빠 오빠, 돈 많아? 오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오빠, 집 어디야? 오빠 오빠 오빠, 나 비싸~.”

작년 말부터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왕간다’ 영상의 배경 멘트다. 해당 영상은 13일 현재 유튜브 쇼츠 조회 수만 1600만 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개그맨은 물론 일반인까지 개인 SNS에 왕간다의 ‘짤’(자투리 이미지)과 ‘밈’(모방 이미지)을 열심히 퍼트리는 중이다.

해당 영상의 주인공 본명은 강고연(38)이다. 직업이 댄서여선지 리듬감이 남다르다. 영상의 하이라이트인 “오빠 오빠, 차 있어?” 부분을 보면 숱한 사람들이 그의 핸들링을 따라 했음에도 원본을 뛰어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다.

왕간다 인기의 비결은 정규 채널이라면 도저히 방송을 탈 수 없는 수준의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대놓고 당신 돈 많냐고 묻거나 직접적으로 차와 집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정규 방송에서는 허락될 수 없는 일이다. “나 비싸~”라는 말이 무색하게 왕간다의 외형은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유튜브에 한 번 맛 들이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소위 ‘병맛’이라고 하는 맥락 없는 행동이 묘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킨다.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영상에 길이 든 사람들은 처음에 뭐 이런 게 있나 싶다가도 보고 또 보게 된다.

일반 정규 채널은 PD·작가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자칫 방송 사고라도 나면 책임 부서장부터 담당 직원까지 줄줄이 경위서를 써야 한다. 어떻게 해서 ‘방송의 권위’를 훼손하게 되었는지를 소상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왕간다 인기의 비결은 정규 채널이라면 도저히 방송을 탈 수 없는 수준의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왕간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는 ‘방송의 권위’를 뒤집어 방송 사고 수준의 영상도 충분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규 채널과 경쟁이 가능하다. ‘실수의 상품화’랄까.

왕간다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려 있다. “어중간해서 욕먹는 것이지 어중간하지 않으면 예술이다.”

왕간다라는 이름은 와칸다(Wakanda)를 연상시킨다. 와칸다는 미국의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수퍼 히어로 ‘블랙 팬서’의 고향이다. 앞으로도 유튜브 제국에서는 대중의 히어로 ‘왕간다’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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