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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면 멀미를 하게 된다. 정지 상태에 익숙한 몸이 흔들림에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증상이다. 반대로 배를 오래 타다가 갑자기 땅에 내려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을 겪는다. 이것을 ‘땅멀미’라고 한다. 흔들림에 익숙해진 감각기관이 정지 상태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신기한 노릇이다. 평생 단단한 땅을 딛고 살아온 사람이 며칠 배 좀 탔다고 땅멀미를 겪다니! 어쩌면 절대적인 의미의 정지 상태란 없는 건지도 모른다. 흔들림에 익숙한 몸에는 정지 상태가 흔들리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적응은 모든 생물의 숙명이지만 인간에게는 형벌과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어느 생물보다 복잡한 단계의 사회생활을 거치기 때문이다. 유아기에 부모의 품에 잠깐 머물렀던 아이는 곧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라는 사회 속으로 던져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감각이 한창 발달하는 중이라 안과 밖의 차이를 예민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멀미도 약하게 온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안팎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멀미가 심해진다. 이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인간은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콩벌레처럼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과도한 피해의식으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곧추세우기도 한다. 멀미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자기를 폭파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인간에게 적응이란 사회적인 문제다.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일은 전혀 없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인간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 적응’이 아니라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감이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무슨 큰일이 생길 것처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진해서 그 벌을 받을 일이 무엇인가. ‘적응’이란 것도 애써서 될 일이 아니다. 심지어 나에 대한 적응은 타인의 몫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출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 땅은 단단하다. 사회생활이 힘들어 멀미가 나는가? 땅은 아무 문제 없다. 마음의 코어 근육을 키워야 한다. 적응하려 하지 말고 적응을 넘어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 길을 묵묵히 가노라면 발밑 땅도 어느덧 흔들림이 멎어 있을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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