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홍찬식의 콜드브루]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시대적 소명 크다
‘블랙리스트 프레임’으로 벼르는 좌파 세력
시간 흐르면 사라질 집단에 ‘문화적 대처’를
홍찬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7 06:31:40
 
▲ 홍찬식 언론인·칼럼니스트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인촌 후보자의 앞길에는 험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기술자 등용’ ‘문화 파시즘등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벌써부터 맹공에 나서고 있다. 장관이 된 이후에는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들의 집중표적이 될 것이다.
  
공격의 선봉에 선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당파성이 뚜렷하다.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유인촌 장관 내정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이튿날인 16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한 인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유인촌 장관이 귀환해 문화예술계가 걱정이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이 정부는 대놓고 언론과 문화예술계를 짓밟아대니 걱정이라고 맞받았다. 특정 정파와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앞세우는 무기는 블랙리스트 프레임이다. 박근혜 정권 때에 벌어진 사건을 익히 알고 있는 국민에게 그때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고 한마디만 던지면 당사자가 뭐라고 하소연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유인촌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일어났던 박근혜 정권 때의 사람이 아니고 이명박 정권 사람이다. 시점이 어긋나자 이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상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촛불 시위를 혁명으로 받아들인 문재인 정권은 특히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먼지 털듯이 샅샅이 뒤졌다. 그럼에도 유 후보자에 대해 물증으로 나온 건 없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명단을 만들어 특정 인사를 배제했다는 점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누구를 억울하고 부당하게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모두의 정서다. 이런 기준에서라면 노무현 정권 때는 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좀 거칠게 분류하자면 문화예술인 단체는 우파는 예총, 좌파는 민예총으로 나뉘어져 왔다. 노무현 정권 당시 두 단체의 회원 수는 91 정도로 예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에서 문화예술 지원금을 줄 때 예총은 당연하게도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아 갔으나 노무현정부 출범 이듬해에 두 단체의 배분 액수가 같아지더니, 2006년엔 민예총 쪽 지원금이 예총을 앞서 역전됐다. 정권 차원에서 작정하고 덤벼든 편파 배분이었다. 그 속에 화이트리스트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고 블랙리스트는 종이로 된 명단이 따로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노무현 정권 이후 문화계에 좌파 세력들이 득세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한국 문화의 시대 흐름도 달라지고 세대 교체도 진행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인촌 후보자를 공격하는 일부 인사는 정치권의 586처럼 과거의 틀에 화석처럼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자연스레 퇴장할 것이다. 앞으로 문화계의 주류는 이들이 아니라 묵묵히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힙한 문화예술인들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문화계의 미래가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뜻에서 유인촌 후보자를 다시 장관으로 기용하려는지는 당장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 중에 문화예술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라는 주문이 들어있다면 접근방식에서 그야말로 문화적으로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陣地)이론까지 끌어들여 문화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했던 한국 좌파 세력의 노회함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우파들은 조급하고 근시안적이다. 좌파 성향의 연예인이 한마디 엉뚱한 소리를 하면 우파 정치인들은 정색을 하고 달려든다. 그들의 피해의식을 모를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문화와 문화소비자들의 정서에 어둡다는 말도 된다. 대중은 벌써 해당 연예인을 무시해 버렸는데 괜한 발언으로 초점이 우파 정치인들의 비문화적 감수성 문제로 옮아간다. 피식 웃어넘기는 여유도 그 자체로 문화다.
 
 더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 지원에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방식에는 대체로 미국 방식과 프랑스 방식 두 가지가 있다. 미국은 최대한 국가가 나서지 않고 민간 기부와 후원의 자율 영역에 맡기는 반면, 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이뤄진다. 한국은 두 방식의 중간쯤 된다.
 
문화예술 지원에 국가 입김이 커지면 창작자들은 지원 대상에 들어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권력을 의식하게 마련이다. 정치권 의도에 따라 지원 대상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는 그저 무난한 작품들이 나올 뿐이다. 과거 국가 지원을 받은 창작물들이 허접하다고 해서 지원금 예술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반면에 민간 영역이 늘어나면 다양성과 창의력 면에서 장점이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지원의 마중물역할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는 자명하다.
 
윤석열정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그런 사건이 다시 일어날 리 없겠지만 사람들의 트라우마는 당분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인촌 장관의 행보는 누구에게나 주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