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기간 내 성과 바라면 ‘노벨과학상’ 수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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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연구 선진화되면 주어지는 보상
선도형 연구개발 추동 새 트랙 설계 시급
과도한 규제는 R&D 성과 낮추는 걸림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05 00:02:01

해마다 10월 초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올해도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문학상은 5일, 평화상은 6일, 경제학상은 9일 발표된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물리·화학·경제는 스웨덴 한림원, 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예술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위원회가 맡는다. 후보 추천에서 수상자 선정까지는 1년이 소요된다.

평화상만 받은 우리나라는 다들 “과학상과 문학상 등을 언제쯤 받느냐”며 학수고대한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답이 있다. 먼저 과학상을 수상할만한 여건인지 살펴보자. 과학기술혁신 정책은 ‘한강의 기적’을 창출한 세계적인 성공사례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을 만한 기초과학연구 역사는 매우 짧다. 세계 최고로 32번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막스플랑크협회(MPG)는 1911년에 설립돼 원천기초연구를 수행했다. 일본도 3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화학연구소(RIKEN)를 1917년에 세웠다. 우리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1년에 설립된 이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연구비 등 기복을 겪고 있다.

물론 동족상잔의 전쟁 폐허를 딛고 자원 빈국인 한국이 쓴 경이로운 압축성장 신화는 과학 기술력이 있어 가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50년간 한국의 기업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중은 평균 20%로 미국 11%·일본 17%·영국 11%·독일 12% 등 주요 7개국(G7)을 앞질렀다.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특히 경공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의 컴퓨터·전자기기·반도체, 금융산업,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수출입국(輸出立國)의 기치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9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사슬 붕괴가 맞물린 격동기, 국내외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 경제는 유례가 드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의 위중한 경제안보 상황에서 기존 방식과 시스템을 단기간에 전면 바꿀 수 없고, 그 강점을 폐기할 이유도 없다. 답은 간단하다. ‘투 트랙’ 전략이다. 기존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선도형 연구개발(R&D)을 추동할 새로운 트랙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 트랙은 창의성·도전성·원초성·자율성·개방성 중심으로 시행착오나 실패가 학습기회가 되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수십 년 현장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재정적 지원에 못지않게 절실한 것은 연구평가 제도의 기준 합리화와 지원 절차 개선 등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자율적 관리다. 대학교수들이 승진 요건을 채우기 위해 단기 실적 위주로 리스크가 적은 프로젝트에 매달리지 않도록 해야 노벨상 얘기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극소수의 일탈을 기준으로 온갖 규정을 강화하고 추가 행정규제로 묶는 것은 R&D 성과를 낮추는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 UC 버클리 교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향을 정하지 않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자를 자유롭게 놔두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인슈타인도 정부에서 원하는 주제를 연구했으면 혁명적 발견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게 시사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해 단기간의 예측 가능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선 기초과학 본연의 가치와 연구자의 동기를 반영할 여지가 없다. 연구비를 증액하더라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어렵다는 뜻이다. 노벨상은 연구 목표라기보다 기초과학 연구가 선진화되면 주어지는 보상이다. 노벨상이 나올 만한 기초과학연구 생태계 혁신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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