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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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형 건설부동산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0 00:02:40

미국과 이스라엘은 안보 동맹 관계이며, 전통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도를 제외하면 이란·시리아·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 대부분이 반미 정서가 강한 것과 반대된다. 그들 입장에서 미국이 중동 지역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한 탓이 크다. 지금이야 셰일오일이 발견되면서 미국이 세계 원유 생산량 1위이지만 이전까지 미국이 중동 석유를 욕심냈다는 건 정설에 가깝다.

20세기(1901~2000년) 초반 미국 유대인은 대선에서 주로 민주당 편에 섰다.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이탈리아·폴란드계 등이 유대인과 함께 민주당을 지지했다. 개신교를 믿는 백인 자본가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는 공화당에 맞서는 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다만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는 거의 실패했다. 1901~1929년 공화당에서 4명의 대통령이 나오는 동안 민주당 대통령은 단 한 명이었다.

1930년대 들어 미국 내 유대인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933년 1월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총리로 임명되고 나치 정권(또는 제3제국)이 집권하자 독일 사회 전반에서 유대인을 배제했고 이주를 압박했다. 히틀러라는 악마가 등장하기 전에도 유럽에는 반유대주의가 만연했다. 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중 많은 수가 미국에 정착했고 유대인 유권자가 선거 변수로 떠올랐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유대인 표를 모으는 선거 전략이 통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37~40대)는 유대인 표의 80~90%를, 해리 트루먼(41대)은 70%가량을 얻어 당선됐다. 존 F. 케네디(44대)도 유대인 80%의 지지를, 린든 B. 존슨(45대)도 90% 안팎의 지지를 발판 삼아 백악관에 입성했다.

이후 미국은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안(유엔 총회 결의 제181호)’에 찬성했다. 이듬해 5월14일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곧장 승인한다고 발표했는데, 정확히 독립 선언 11분 뒤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틀 전인 5월12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조지 마셜 국무장관은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독립 승인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마셜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가운데 승기를 연합군으로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입안하고 이끈 전쟁 영웅이자 트루먼 행정부의 얼굴이었다. 그런 그가 트루먼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을 승인하면 “다음 선거에서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대인 표를 구걸하는 것으로 보이고 중동산 석유 수급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 유대인들의 로비와 국제적인 압박으로 결심을 굳힌 상황이었고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곧장 승인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줄곧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도 아니다. ‘수에즈 운하 위기’ 때 미국은 이스라엘의 반대편에 섰다. 1956년 7월26일 이집트가 유럽 무역의 통로로 사용되는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하자 수에즈 운하에 투자한 영국과 프랑스가 반발해 이스라엘을 끌어들여 군사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영국·프랑스군보다 빠른 속도로 이집트로 진격했는데 미국이 개입하면서 3개국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달 26일 ‘국군의 날’ 행사를 보러 서울 광화문을 찾았다. 2013년 이후 10년 만이라지만 난생처음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년 시절에 TV로 여러 번 봤으나 크게 흥미롭지 않았다. 십수 년 기자로 일하며 국방 분야를 취재하지 않았으나 방위산업이나 국제 정세 등과 관련해 무기체계를 적잖이 다루며 지식과 흥미가 생겼다.

이날 시가행진에는 △‘K2’ 전차 △다연장 로켓 ‘천무’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 △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L-SAM)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 등의 전통적 무기체계가 대거 등장했다. 또 △공격형 무인기 △무인 잠수정 같은 첨단 무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흔한 말로 “가슴이 웅장해진다”까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든든했다. 오늘따라 이스라엘 국민의 “평화는 우리가 강할 때만 가능하다”는 말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김학형 건설부동산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