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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스탠다드 vs. 코리안 스탠다드
보편적 상식과 원칙 이탈한 우리만의 방식 고집
혁신의 기본 노선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용부터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1 06:31:3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늘 우등생이었다. 최소한 외부의 평가가 그랬다. 우리보다 뒤처진 신흥국들이 한국 경제의 기적을 배워야 한다는 열풍이 강하게 불기도 했다. 국가별 경제 순위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 보니 이런 평가에 익숙하여 때로는 설익은 자만감이 넘쳐 났다. 착각은 자유이지만 상당 기간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불길한 징조가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제 성적표만을 놓고 보더라도 한국이 더는 우등생이 아니다. 낙제만 겨우 면할 정도의 상대적 열등생으로 전락하고 있는 양상이 뚜렷하다. 급기야 30년 이상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일본보다도 뒤처지는 수모를 경험하는 중이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된 근본적 이유는 사회 전체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으면서 그 결과 경제적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아지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된다. 내일을 기약하기보다 오늘 쓰고 보자는 자포자기의 풍조가 주변에 만연하다. 공존·공생을 위한 대안적 논의와 민주적 원칙·상식에 기반한 의사결정과정은 실종되고, 임기응변에 즉흥적 발상으로 시류를 호도하는 선동적 행위가 난무한다.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만 키우고 다른 진영과는 벽을 쌓고 아예 상종하지 않는다. 정치가 국가를 망치고 있다지만 그런 정치판을 만들어 준 것이 국민이라면 초록은 동색인 셈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그 국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사람만큼 해외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이 또 있을까.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풀리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나간다. 올해에만 벌써 여행수지적자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자기 돈으로 나가는 순수 여행객이 절대적 수이지만 국가 예산을 얹어 갖은 명목의 공무 수행 명분의 출장도 수도 없이 많다. 공무원의 해외 출장이 나가서 듣고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이 많으므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다녀와서도 바뀌는 뭔가가 없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오로지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데만 집중하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에 관한 관심은 없다. 한국 사람의 기형적이고 유별난 관광 풍습에 대해 의아해 하는 현지인들도 많다.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추태를 여지없이 보여 주기도 한다.
 
오랜 해외 주재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가까운 주변에 이런 행태는 고치면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지면 돌아오는 핀잔이 더 크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더라도 우리 방식대로 살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인다. 오랜 세월 우리 내부에 크게 자리 잡은 이른바 ‘코리안 스탠다드(Korean Standard)’다. 우리 식으로 살겠다고 고집 피우는 북한을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런 오만과 환상에 휘둘려 살고 있다는 걸 돌아볼 일이다. 심지어 우리 방식이 세계가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방식보다 더 낫다고 우격다짐까지 한다. 이 판에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 운운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에 십상이다.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집단적 마취 혹은 중독에 걸린 듯하다.
 
특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꼴이 가관이다. 586세대라고 통칭하는 정치판 운동권 인사들의 추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른다. 이만큼이나 이룩한 경제적 성취와 해외에서의 지명도가 무색하게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어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이들에게 공통으로 보이는 두드러진 ‘코리안 스탠다드’는 공(公)과 사(私)의 경계선이 없다는 점이다. 대권 후보까지 한 사람이 법인카드를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사적인 용도로 썼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그럼에도 본인은 자신 모르게 부인과 비서가 저지른 일이라는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그 자리까지 갔으니 본전을 뽑고 나오겠다는 심산이다. 체계적인 민주화 과정이나 공정한 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결과물이 아니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꼴도 보게 된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온갖 선심성 공약이 남발한다. 한편으로는 혁신한답시고 인물 갈이를 하겠다고 벼른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또 다른 후유증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획기적이기보다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지구촌의 보편적인 국가나 국민이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접목이 절실하다.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지방 소멸·진영 대립·세대 갈등 등 이런 모든 문제의 근원이 막무가내의 우리 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 우리처럼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엄두가 나지 않는지 고치는 것을 포기하고 땜질 처방으로 일관한다. 우리만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하고 국가는 계속 추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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