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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대통령 죽었는데 수사 안 할 수 있나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9 00:02:40
▲ 허겸 사회부장
아주 어린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 행렬을 봤다. 흑백TV 브라운관에 장엄한 장송곡이 울렸고 태극기를 두른 관이 서서히 진행했다. 연도에 도열한 시민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브라운관에 나왔다. TV에 관한 유년 시절의 첫 기억 중 하나다. 이때의 강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일까. 그 후로 국장 행렬은 곧잘 꿈에 나타나곤 했다. 미신을 믿진 않지만 이 꿈은 운수대통하는 꿈이라고 한다. 20여 년 전 사회부 막내 기자일 땐 사회부장이 자기에게 꿈을 팔라고 했다. 국장 행렬 꿈을 꿨다고 했더니 내가 사겠다고 한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쓰러졌다. 총을 겨눈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 김재규다. 박정희 대통령이 스러져 간 그날 밤 김재규의 차에 누군가 함께 타고 있었다. 뒤늦게 그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임이 드러났다. 너무나 수상한 움직임이 아닌가. 이런 걸 수사 전문가들은 혐의점이 뚜렷하다고 표현한다. 그는 공범인가? 보안사령부는 혼란스러웠다. 즉시 극비리에 내사에 착수했다. 
 
지만원 시스템공학 박사의 저서 ‘수사 기록으로 본 12.12와 5·18’은 12.12 당시의 상황을 소상하게 적어 내려간다. 특히 인간 전두환이 겪어야 했던 고뇌의 흔적이 책갈피에서마다 역력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이후 12.12까지 50일 가까이 전두환은 숨통이 멎는 듯한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에겐 정말 대통령이 되겠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던 걸까? 정승화를 쓰러뜨려야 대통령이 된다는 등식은 합리적인가? 그가 정승화 체포를 게을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직무 유기 군인으로 오히려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았을까? 
 
수사 끝에 혐의 입증을 자신한 수사팀은 12.12 당일 투 트랙으로 움직였다. 한 팀은 육참총장 체포조였고 다른 한 팀은 대통령 재가팀이었다. 상관을 체포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대통령의 승인은 반드시 요구됐다. 순서대로라면 국방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게 가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국방부 장관은 피의자인 정승화와 가까웠다. 정상적인 결재 과정을 거쳐 재가를 얻어 낼 길이 요원했으므로 정승화를 체포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승인을 얻기로 했다. 
 
12.12는 5·18만큼이나 비극적인 사건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비명에 갔다.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68달러였다. 북한은 우리의 2배, 필리핀은 3배나 잘 살았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못 살았던 나라를 재건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확고하게 다졌다. 
 
전두환 사령관은 위대한 대통령의 덧없는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고 대통령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 나선 것뿐이다. 만일 그날 전두환 사령관이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재가를 받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 사령관은 최 대통령을 쏴 죽였을까? 5·18 세력이 말하는 소위 신군부 집권 시나리오대로라면 그는 사람을 쏘고도 남을 잔인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그렇게 비정한 인간이었다면 왜 그토록 많은 군 후배와 5공 시절을 그리워하는 국민이 인간 전두환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일까.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제5공화국의 역사적 의미’를 재평가하고 전두환의 명예를 회복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지 기자에게 “12.12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시해 가담자인 정승화 참모총장 체포를 위해 불가피했던 조치였다”며 “만약 그가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업무태만죄를 저지른 게 된다”고 해석했다. 
 
최 명예교수는 또 다음과 같이 밝혔다. 
 
“12.12 이후에도 최규하 대통령을 도와 시국 안정과 국가안보에 전력을 다했을 뿐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전 전 대통령은 5·18광주사태 당시 명령계통에 있지 않았다. 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억측에 불과하다. 광주사태가 발발하자 최 대통령이 혼자 감당하지 못하고 전두환 장군에게 처리를 부탁한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 학살의 주범은 전두환’이라는 공식이 남한 주사파의 창세기가 된 현실을 통탄했다. 
 
제대로 된 장수라면 적장이 쓰러져도 유감을 표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진 전직 대통령의 유골함조차 마땅히 둘 곳을 못 찾고 있다. 아니 안 찾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국가인가. 널리 주사파를 이롭게 하는 나라 아닐까. 전두환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다. 신군부 집권 시나리오가 맞으려면 대통령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죽였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일국의 대통령이 죽었는데 수사 안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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