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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옆 나라 가이아나 영토 영유권에 관한 국민투표에 들어갔다. 이는 국제사회의 타협안을 거부하는 방식이어서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부는 이날 가이아나 에세퀴보강 주변 지역 영유권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투표는 △1899년 중재재판소 판정 거부 △1966년 제네바 협약 지지 △영토 획정 관련 가이아나 주장 거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관할권 거부 △해당 지역에 새로운 주 신설 및 거주자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 부여 등 5개 항목에 찬반을 묻는 방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우리는 150년간 이어진 제국주의 탄압을 헌법적·평화적·민주적 수단(국민투표)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우리의 강력하고 단합된 목소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효과는 가이아나 대통령과 함께 앉아 제네바 협약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 국민투표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1일 ICJ는 베네수엘라에 투표를 금지하지 않은 채 “현상을 바꿀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양국은 이를 자기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달리 해석했다.
이번 투표로 가이아나 영토 영유권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국민적 지지가 높아도 실제 법적 효력은 없다. 하지만 가이아나 국민은 이를 합병을 향한 한 단계로 간주하며 매우 불안해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국민투표는 마두로 대통령의 힘을 과시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정치·안보 분석가들의 해석을 인용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도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고 공정 선거 요구를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세퀴보 지역은 15만9500㎢에 달하는 광활한 땅으로, 한반도(22만㎢)와 비슷한 가이아나 전체 면적(21만㎢)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브라질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브라질 국방부는 이번 주 초 이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방위 조치를 강화했다”는 성명을 냈다. 그간 브라질은 베네수엘라·가이아나 간 영토 분쟁에서 가이아나를 지지해 왔다.
베네수엘라는 100여 년 전 국경이 설정될 때 해당 지역을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며 가이아나와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특히 가이아나 근해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된 2015년 이후 영유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에세퀴보 지역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 있었기 때문에 자국 영토로 간주해 왔다. 19세기 초 독립한 베네수엘라는 에세퀴보를 점유한 당시 영국령 기아나(가이아나)에 영유권을 주장했으나 1899년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영국령 기아나의 땅으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이곳에 막대한 양의 광물과 원유가 매장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1950년대부터 베네수엘라가 이의를 제기했다. 베네수엘라가 PCA 판결이 ‘제국주의의 강압적 결정’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1966년 베네수엘라·영국은 이 문제를 유엔에 위임하는 제네바 협정을 체결했고 그해 가이아나가 독립했다.
하지만 협약 체결 50년이 넘도록 베네수엘라·가이아나 간 영토 분쟁은 해결되지 못했다. 2018년 베네수엘라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당시 영국) 간 논쟁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만족스러운 해결책 모색’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협약을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선거관리당국은 이날 12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가 마감되기 전 투표 시간을 2시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엘비스 아모로소 선관위원장은 중간 투표율 등 숫자를 밝히지 않은 채 “국민투표를 위해 수많은 군중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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