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당 대표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에서 졸지에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된 한동훈은 그야말로 국힘의 구세주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후광으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로 종횡무진했다. 매일 전국을 돌며 구름 인파를 만들었고, ‘한동훈 갤러리’ ‘위드 후니’ 같은 팬카페의 열기는 가히 차기 대선 후보를 방불케 했다.
젊고 똑똑하고 말도 잘하는 한동훈에 반한 진성 팬들은 그를 ‘도토리(대통령의 각 첫 자음인 ‘ㄷ·ㅌ·ㄹ’이 도토리의 첫 자음과 같아서 ‘대통령 한동훈’을 지칭하는 은어)’라 부르며 추종했다. 하지만, 섣부른 말발과 신중치 못한 행보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는 4일 광주를 찾아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 “헌법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 드러난 5·18의 진실이 담긴 스카이데일리의 ‘5·18특별판’을 동료 시의원과 공유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향해 “극단·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징계를 명령했다. 6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셨기에 이 나라가 더 자유로워지고 더 평등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축사해 국힘 지지 세력의 분노를 샀다.
마침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힘을 탈당한 허식 의장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탄탄해 보이던 그의 앞길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16일 인천 계양구 방문 때는 국군명예회복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대거 결집해 ‘한동훈은 5·18 헌법 수록 망언을 취소하고 허식 의장에게 사과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그를 규탄했다. 요즘 인천에선 허 의장을 건들면 저주를 받는다는 ‘허식 저주’설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엎친 데 엎친 격으로 한동훈은 윤 정부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건드려 용산의 인내력을 폭발시켰다. 범야권이 파 놓은 ‘가방 수수 몰카’ 함정에 빠진 데 대해 ‘국민 눈높이’를 거론했고, 프랑스혁명을 촉발시킨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소개하면서 용산의 버림을 받았다. 후임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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