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4월 총선거에선 어떤 유전자가 선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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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자·하늘을 닮은 자·이타적 유전자를 잘 발현하는 자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2 06:31:25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인들이 바쁘다. 누구를 내세우고 무엇을 주장할지 결정해야 하고 창과 방패도 잘 준비해 두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 또한 분주하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할지의 여부와, 정치인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공약은 실천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선거는 선택이다. 선택되는 자에게는 영광이, 선택받지 못하는 자에게는 쓰라림이 따른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선택될 것인가?

우리 각자는 모두 ‘선택’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은 조상이 건네준 유전자를 품고 있고, 그것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해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도킨스는 각 개체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진화론은 ‘자연선택’을 기반으로 한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 신학 공부를 중도 포기한 찰스 다윈은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지구 곳곳의 식물과 동물을 살펴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무려 5년 동안 다윈은 함장의 동반자 신분으로 비글호를 타고 영국령의 여러 지역을 다녔다. 진화론은 그렇게 탄생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의 새 핀치를 연구했으며 남아메리카에서는 새로운 종의 타조를 발견했다. 다윈은 5500여 개의 동식물 표본을 만들어 집으로 보냈고, 누이동생들은 오빠가 보내오는 표본을 잘 정리해 두었다.

식물의 종자 개량과 가축의 혈통 개량을 알고 있던 다윈은 자연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에 놀랐다. 인간이 동식물을 취사 선택하여 더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만들어 내듯이 자연도 아주 오랜 세월 조금씩 묵묵히 이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인간의 선택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개체의 외관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자연의 선택은 그 생명체의 이익을 위해 모든 내부기관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윈은 ‘인위선택’ 대신 ‘자연선택’이란 용어를 썼다.

현생인류는 자연에게 선택된 ‘최적자’이다. 인류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을까? 그것은 불평등에서 평등으로의, 이기성에서 이타성으로의 전환이다. 인류가 비교적 몸집이 작은 동물을 사냥할 때는 불평등하게 살았다. 작은 동물은 기술이 뛰어난 몇몇 사냥꾼에 의해 포획되었고 독식되었다. 따라서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이 300만 년 정도 지속되었다.

하지만 초대형 동물을 사냥하게 되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은 사냥에 개를 활용하고 다른 가축도 키우게 된다. 심지어 몸무게가 4t에 달하는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을 사냥할 때는 여러 사람의 조직력과 협력·기동성이 중요하다. 개인적 기술과 힘은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수가 사냥했으니 마땅히 다수에게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졌다. 늑대·여우같은 동물도 인간이 남긴 것을 얻어먹으려 모여들었다.

초대형 동물은 지나치게 큰 먹잇감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다니며 선사해야 했다. 그렇게 분배하지 않으면 고기가 부패하면서 생기는 세균으로 일대는 초토화된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는데 풍부한 식량이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30만 년이 흐르면서 평등주의가 유전자에 고착되었고, 이타성과 사회성, 집단의 결속·관습·규율 또한 점점 더 중시되었다. 인간(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은 그렇게 뛰어난 ‘사회적 동물’로 진화되었다.

그렇다면 인간 본성인 이타성은 어떨까? 이타성은 인간의 유전자에 착근되어 있다. 최근 연구들은 환경적 영향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것은 또한 다음 세대에도 얼마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유전적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화가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식은 DNA와 RNA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사회는 적극적으로 개인의 이타성을 지원한다. 모델링과 사회적 학습·강화 학습·경험적 학습을 통해서이다. 교육과 각종 문화적 영향을 통해 이타성은 급속히 강화된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란 종의 자연선택은 이처럼 문화가 발전할수록 인위적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사회나 규범과 관습을 중시하고 이것을 지키지 않는 개체에게는 비난과 고립 등을 통해 단속하고 제재한다. 때로는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기도 한다.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이타성·선함·친절함·양심이란 올곧은 방향성을 지녔다. 동양의 ‘천명(天命·하늘의 명령)’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하늘이 자신의 모습대로 규정하여 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천명 사상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각 개체는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도구’라는 것과 상통한다. 유전자와 천명은 동물이명(同物異名)이다. 누가 선택되는가? 답은 나와 있다.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자·하늘을 닮은 자·이타적 유전자를 잘 발현하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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