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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이 구호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아버지 세대의 것이었다. 아버지 세대에는 재능이 부족하고 경제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면 평균의 삶을 살 수 있었다.
현세대는 노력을 만능키로 생각하는 기성세대를 비꼬아 ‘노오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노력충’도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옆도 앞도 볼 줄 모르고 과육을 파먹어 들어가는 벌레처럼 노력충은 노력 그 자체가 목적이다. 효과성은 차치하고라도 앞과 뒤를 볼 줄 모르니 젊은 층의 눈에는 균형 잡힌 삶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력에 앞서는 것이 방향성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될 뿐 아니라 게으름보다 더 나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정남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2년 여 기간 13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다. 그는 사람의 피에서 향기가 난다고 말할 정도로 살인에 탐닉했다. 정남규는 더 많은 범죄를 더 오래 저지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는 CCTV에 얼굴이 찍히는 것을 염려해 범행에 나설 때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했다. 그가 동작구·구로구·관악구·금천구 등 서울 서남부라는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쉽게 도망치기 위해 체력 단련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집 근처 운동장을 주 3회 10km씩 뛰었으며 악력기와 역기 운동도 했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술·담배를 끊은 것은 기본이었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면서 필수 영양소 등 중요한 사항은 공책에 따로 메모해 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식단 관리를 했다.
정남규는 범죄 공부에도 매진했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과학수사 관련 잡지만 수십 권이었고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는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신의 범죄 행위가 기사로 뜨면 일일이 스크랩해 수사 현황을 파악해 두었다.
정남규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살인하는 것으로 범죄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형을 언도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2009년 11월 비닐 쓰레기봉투를 엮어 만든 끈을 텔레비전 받침대에 연결해 목을 매어 자살했다.
정남규는 죽을 때까지 악마적 노력을 멈추지 않은 진짜 악마였다. 이 정도 노력을 다른 일에 쏟아부었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노력형 악마는 악행의 기록만 남기고 지구를 떠났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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