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초(超)정통파 ‘하레디’가 최근 자주 뉴스를 탄다. 수염과 귀밑머리를 기르고 검정 모자‧수트 차림의 이들이 병역문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레디는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이래 병역을 면제받고 기도와 교리공부에 전념하며 국가지원금으로 살아 왔으나 이 혜택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남성 32개월, 여성 24개월 군 복무가 이스라엘 국민의 의무다. 국가안보의 절박함은 약 2000년 살던 땅에 돌아와 나라를 세울 때부터 숙명지워졌다고 볼 수 있다. 사방 아랍국들의 공격을 네 차례나 물리친 ‘현대의 신화’ 이스라엘이었으나 5차 중동전쟁 도화선이 될지 모를 요즘 정세 속에 국내외 시선은 곱지 않다.
현재 이스라엘 인구(917만)의 13%가 하레디다. 교리에 기반한 출산 장려로 열 명 전후의 형제자매 가정도 흔해 이 비율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행 ‘2023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 이래 진행 중인 전쟁으로 군 인력 수요와 복무 일수가 급증한 가운데 국가경제 부담이 가중됐다. 하레디의 군 복무를 통해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해외 교포에게도 쓰게 된 ‘디아스포라’란 원래 유대인 이산민을 말한다. 유대인들의 정치체는 솔로몬 사후 남북 왕국 분열시대를 거쳐 각각 BC8·BC6세기에 멸망했다. 앗시리아·바빌로니아 제국에 이어 로마제국 내 식민 정권으로 존재하다 저항 끝에 완전히 멸절된 게 서기132년경이다. 전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를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유대 전통과 정체성의 상징 하레디에게 이스라엘 정부가 병역 면제와 생계지원을 약속했다.
‘경외’를 뜻하는 히브리어 ‘하레드’에서 유래한 하레디… 세속 문명을 거부한 채 폐쇄된 종교 공동체를 추구해 온 이들에겐 기도와 교리 연구가 일상이자 생계인 셈이다. 하레디는 유년 시절부터 공동체학교 ‘예시바’에서 수학‧과학 대신 율법과 토라(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를 배우고 대부분 신학교에 진학한다.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하레디 군 면제가 위헌으로 판결 났으나 ‘샤스’ 등 보수 정당들 반발로 관련 법 개정이 지연됐다. 샤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 기반이자 연정 파트너다. 2월 국방부가 남성 군 의무복무 4개월 연장을 제안하자 여론이 들끓었으며 하레디 병역면제 폐지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정부 발표 후엔 하레디 남성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달 31일이 관련 법 정비 시한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원에 ‘30일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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