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인터뷰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④ 종가집 어머니 손맛 그대로… 젓갈 정식 ‘소문 자자’
정경숙 대표 35년간 수육부터 젓갈까지 직접 요리
젓갈 정식 수육·인삼해장국 음식축제 대상 수상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31 12:00:41
▲ 정경숙 대표는 1989년에 해장국을 메인 메뉴로 음식점을 창업했다. 이후 강화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꾸준히 개발해 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의 열풍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찬우정] 찬우정은 강화도 특산물로 만든 한정식을 파는 집으로 인천 강화도 선원면에 위치해 있다. 강화도에서 전라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정식을 제공하는 이 집은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백년가게. 소고기를 다양한 채소와 함께 끓이는 소 수육, 연잎을 넣어 만든 삼계탕과 냉면, 8가지의 젓갈이 나오는 젓갈 정식 등 다양한 밥도둑 메뉴들이 관광객은 물론 동네 주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20가지가 넘는 반찬과 함께 나오는 젓갈 정식은 이 집을 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화도 특산물에 전라도의 손맛을 접목시킨 찬우정을 찾았다.
 
찬우정의 역사
 
제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의정부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첫째 아이가 병이 나서 남편 고향인 강화도로 이사를 왔어요. 아기가 100일 때부터 아기 병원비 때문에 배추 장사를 시작했어요. 아들딸 연년생인데, 저랑 남편이 한 명씩 등에 업고 배추를 팔았죠. 그러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게 뭘까를 고민했어요. 종가집 맏며느리인 어머니가 음식 만드시는 걸 어깨너머로 보며 배웠기 때문에 해장국을 메인 메뉴로 하는 음식점을 차리게 됐어요.”
 
정 대표는 다섯 자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결혼하기 전까지 주방에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일하면 언니들이 거들고, 막내인 정 대표는 손에 물을 묻힐 여건이 되지 않았다. 특히 전라도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으로 종가집 맏며느리인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정 대표가 이어 받은 셈이다. 정 대표의 음식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처음엔 새벽 해장국만 했어요. 음식 장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식 개발을 하면서 건강한 맛을 내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했어요. 음식을 개발하다 보니 해장국 하나에서 음식 가짓수가 늘어나게 되더라구요. 또 강화도가 인삼의 고장이라 인삼을 넣어 만들었더니 인기가 많아요.”
 
정경숙 대표는 음식 축제에서 두 번이나 대상을 받았다. 특히 찬우정의 대표 메뉴 젓갈 정식 수육은 미식 대전에서 강화도 최고의 맛으로 선정돼 대상을 받았고, 인삼해장국은 강화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 20가지가 넘는 반찬과 함께 즐기는 수육과 젓갈 정식은 찬우정의 고유한 메뉴다. ⓒ스카이데일리
 
처음에 아기 병원비 때문에 시작한 음식 장사를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는 어깨 수술 때문에 나흘 쉬었지만 곧바로 또 일했던 것 같아요. 아프지 않으면 쉬는 날이 없다 보니 친정집에도 몇 년에 한 번 겨우 갔던 것 같아요. 남편만 아이들을 데리고 저희 친정집으로 일 년에 몇 번씩 다녀오고 그랬어요. 지난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혼해서 35년 동안 먹고살려고 음식 장사만 하다 보니 어머니와의 추억이 없는 거예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얼마 안되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먹고살려고 뛰어든 음식 장사가 제 삶의 추억이자 일부분이 됐어요.”
 
빛나는 조연 찬우정 젓갈
 
젓갈 정식은 찬우정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젓갈 정식에는 꼴뚜기 젓갈·낙지 젓갈·조개 젓갈·갈치속젓·가리비 젓갈·창난 젓갈·청어알 젓갈 등 8가지 젓갈이 나온다. 특히 정 대표는 젓갈의 짠맛을 줄이기 위해 오랜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연근가루를 넣어 염도를 낮추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젓갈은 찬우정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고, 음식을 더 감칠맛 나게 하는  역할을 해요. 사실 젓갈이라고 하면 짜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젓갈의 염도를 낮추기 위해 연근 가루를 넣었더니 짠맛이 사라지더라구요.”
 
찬우정의 젓갈은 저염 젓갈로 유명해지면서 단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식사 후에는 단품으로 젓갈을 사 갈 정도로 인기가 많아지면서 인천공항·네이버 이커머스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찬우정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다. 일주일에 수십 팀 넘게 예약해 식당으로 찾아올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베트남과 홍콩·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의 관광객들이 강화도 여행에서 맛집으로 선택하면서 인증 맛집·탐방 맛집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강화도 하면 젓국갈비 같은 대표 음식들이 있잖아요. 저는 대표 음식을 고집하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해요. 옛날에는 젓국갈비 하면 고기랑 무·쑥갓 정도만 넣었어요. 저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버섯 등 여러 가지를 더 추가해서 맛을 내고 있어요. 손님들이 강화도에서 전라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모든 음식이 사장님 손끝에서
 
▲ 푹 삶은 수육과 황금 팽이버섯·노란 느타리버섯·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장생 버섯으로 불리는 동충하초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수육전골은 지난해 미식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스카이데일
 
정 대표는 35년 동안 한결같이 주방에서 찬우정의 모든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있다. 수육부터 젓갈까지 정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저희집에서 가장 유명한 수육 전골은 깊은 맛과 담백함·쫄깃쫄깃한 고기가 일품인데요. 고기 맛의 비결은 매일 아침에 받은 신선한 고기 200근에 무·대파·뽕나무 등을 넣고, 마지막에 연잎으로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는 거예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부위별로 준비하는데, 양지·아롱사태·우설·소 힘줄 등이 들어가요. 고기를 삶을 때도 쭉 삶지 않고, 시간을 설정해서 삶고 식히기를 반복하면서 삶아요. 특히 6년산 강화 인삼을 넣어 끓이는데, 고기 삶은 물은 수육 전골이 돼서 손님들의 식탁으로 가지요.
 
수육에 들어가는 연잎은 비만·지방분해·당뇨 조절·이뇨 작용·변비 해결·소화작용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 연은 수생식물로서 열대지방이나 더운 나라에서 주로 서식하며 크게는 식용과 관상용으로 나뉘며 종류는 400~500여 종에 이른다.
 
또 수육 전골에 들어가는 버섯은 강화도에서 버섯농장을 크게 하는 지인이 보내 줘요. 버섯 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에 계절마다 버섯 종류가 바뀌어요. 황금팽이버섯을 비롯해 기존의 느타리버섯보다 쫄깃쫄깃한 노란 느타리버섯, 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장생 버섯으로 불리는 동충하초 등 수육과 버섯의 환상 하모니라고 할 수 있어요.”
 
“20첩이 넘는 밑반찬도 계절마다 달라져요. 20가지 밑반찬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동네 지인들과 전라도에 있는 형제들이 농산물을 보내 주기 때문이죠. 특히 강화도에서 30년 넘게 살다 보니 동네 지인들이 계절마다 농산물을 저희 식당으로 보내주고 있어요. 한정식이 밑반찬 가짓수가 많잖아요. 그래서 전라도와 강화도에서 농사를 전문으로 짓는 지인분들과 계약을 체결해 농산물을 받아요. 그럴 때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들을 덤으로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제겐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기회가 생기는 거죠. 그렇게 해서 손님 식탁에 새 메뉴로 올라갈 때도 있어요.”
 
보통 장사를 시작할 때는 동네장사로 시작하거든요. 맛집으로 소문이 나기까진 동네 맛집 인증이 필수인 것 같아요. 한정식집은 정식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부담을 느껴 단품을 시킬 때가 많았어요. 근데 전라도 사람은 손도 크잖아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단품을 시켜도 족발도 갖다 드리고, 요즘 입맛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젓갈도 포장해 드리고 했어요. 사실 장사라는 게 반드시 이윤을 보기 위해서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만든 음식 맛나게 드시고, 이 집 맛있다고 또 찾아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저의 신조가 사람 냄새 나게 살자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찬우정이 사랑받는 이유
 
음식점은 노력의 집합체인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드는 데 많은 정성이 들어가고, 다양한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대중화된 맛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근데 신기하게도 음식은 내가 연구하고 노력한 만큼 맛이 달라져요. 그래서 지금도 음식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또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만 드리지 않고 맛보시라고 다양한 음식들을 드리면 나중에 다시 가게에 찾아와 주세요. 제가 처음 한정식을 하면서 찾아왔던 손님들이 지금도 꾸준히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가시죠.”
 
찬우정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데는 정 대표의 후한 인심이 한몫했. 정 대표는 수육 전골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메뉴를 연구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 대표의 수육 전골은 몇 날 밤을 새우면서 레시피를 연구해 완성한 작품이다. 35년 전통을 지켜 낼 수 있는 정 대표만의 음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드실 수 있게 앞으로도 매일 노력하려고 해요. 또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손님들한테 청결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 드리고 싶어요.”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