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⑨ 임가네]임가네는 광주 광산구 사암로에 있는 한우 전문점으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다. 서울 워커힐 호텔 셰프 경력을 갖고 있는 임춘택 대표는 1992년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임가네’라는 상호를 붙이고 순수 한우고기 전문점을 시작했다. 18년 셰프 경력과 힘께 타고난 손맛 솜씨와 최고의 품질만을 엄선하는 정직성을 발휘해 광주시가 지정한 일등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오늘은 32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임가네 창업자 임춘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32년 꾸준한 맛을 내는 한우 전문점
“처음엔 서울 공릉동에 ‘장충왕족발’집을 냈어요, 직접 족발을 만들어 태릉선수촌에 배달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여차여차해서 광주 광산구로 내려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긴 광주 도심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시골 같아요. 임가네로 간판을 걸었는데, 자기 성을 딴 상호는 아마 제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근데 광주 사람들이 의외로 족발을 잘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최고 등급의 순수 한우 암소고기로 메뉴를 바꿨어요. 생고기로 승부를 하자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아요. 매사 깨끗하고 청결하고 정직하게 손님을 대하니 30년 넘게 한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아마 가게를 내고 명도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광주에 저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임춘택 대표는 전라남도 순천 낙안읍성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 갔다가 1992년 고향 가까운 허허벌판에 임가네 식당을 개점했다. 임 대표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양식조리사 과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당 경영을 했고, 덕분에 성공을 일궈 내기까지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생고기는 배추나 상추·깻잎에 올려 먹어도 좋지만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듬뿍 넣은 양념 쌈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또 생고기뿐만 아니라 토시살·갈비살·살치살·안심·생갈비·갈비살·꽃등심·안창살 같은 구워 먹는 메뉴도 인기가 많아요. 돼지고기 메뉴로는 담양식돼지양념갈비 등의 메뉴가 인기 있어요. 국내산 생삼겹살과 가브리살 등도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 메뉴예요.”
임가네에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연육 작업을 하지 않는다. 4~5년 묵힌 신안 천일염을 몇 알 뿌리는 정도가 전부다. 참기름이나 들기름도 직접 방앗간에서 짠 것만 사용해 음식에 고소함을 더했다. 채소류도 임 대표가 직접 매일 아침 공수해 와서 늘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것만 고객의 식탁에 올린다.
“우리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한우생고기’와 ‘생고기비빔밥’이에요. 생고기는 신선도가 중요해서 매일 아침 전남 함평·나주 일원에서 도축된 2~3년 된 한우 암소들만 선별해서 갖고 와요. 식당 입구에 비치된 도축확인서의 바코드를 찍어 보면 손님들도 직접 저희가 쓰는 한우 품질이 최고 등급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동안 주변에 있던 고깃집들이 다 사라졌지만 임가네는 소고기 전문점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 대표의 음식을 대하는 철학이 30년 넘게 손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임 대표는 광산구에서 30년을 살아 광주 사람이 다 됐다고 한다. 임 대표는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 주고, 고민 상담도 들어 주는 등 동네 사람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백년가게 명맥 이어 가려면 정부 도움 필요
“코로나19 기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회식 문화가 바뀌었고 이젠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먹고 마는 분위기가 사라졌어요. 보통 저녁 8시나 9시만 돼도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 힘들었던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임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은 2021년 7월7일부터 9월30일 기간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해 준 것이다. 하지만 임가네는 가게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직원이 많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어려운 시기에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힘든 상황을 극복했는데 그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다. 고용 안정화에 기여한 가게에 오히려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자영업자들을 더 힘들게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임가네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정직원이에요. 보통 20년차 직원이 많고, 연차가 적은 직원이 5년이에요.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자’가 저의 철학이다 보니 코로나19로 힘든 기간에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았어요. 적자 운영을 하면서도 직원을 모두 끌어안았죠.”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되었음에도 외식산업은 흔들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67개 중 폐업한 업체가 17만6258개로 폐업률이 21.52%에 달했다. 5곳 중 1곳 이상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 대비 82.6% 급증한 것이다.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아 온 점포에 백년가게 인증을 주잖아요.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 인증을 해 줄 뿐 정부 차원에서 주는 혜택이 전혀 없어요. 그냥 인증서만 주면 끝이에요. 사실 외식업이 폐업률이 높은 만큼 수십 년을 명맥을 이어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처럼 100년·200년 넘게 전통을 이어 가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임 대표는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줘 본인이 창업한 가게가 후대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1대에서 2대로 가게가 넘어가는 과정에 증여세·상속세 등 많은 세금을 내야 해 부담이 크다. 또 가게가 백년가게 인증을 받으면 시설 보수 관리나 홍보 등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정부에선 백년가게 인증을 해 줄 뿐인 것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백년가게가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물꼬를 터 주는 2024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식업종에 종사하는 우리도 소상공인들이에요. 사실 지금 외식산업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요. 백년가게 인증을 받은 점포가 1대에 이어 2대·3대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K푸드의 바람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데 전통이 살아 있는 백년가게의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 가면 좋잖아요. 올해엔 정부에서 백년가게 점포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내놔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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