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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거는 유럽 나라들… “못살겠다, 문 닫자”
헝가리 “국내 난민들 브뤼셀 EU 본부로 버스 태워 보낼 것”
獨, 국경검문 강화… ‘솅겐협약’ 자유로운 국경 유명무실화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1 17:11:32
▲ 헝가리의 레트바리 벤스 내무장관이 6(현지시간) 자국 내 난민들을 버스에 태워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로 보내겠다며 버스행렬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EU 난민정책에 대한 노골적 반발 속에 헝가리와 EU집행위 간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AP
 
▲ 9일(현지시간)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국경검문 강화 방침을 밝혔다. 유럽연합 좌장격의 경제대국이자 난민에 관용적이던 독일의 변화는 유럽 반(反)이민 정서의 고조를 매우 선명하게 보여준다. AP 연합뉴스 
 
헝가리가 자국 내 난민을 버스에 태워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로 이송할 것을 천명한 이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아니타 히퍼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납득 불가능한 조처”라며 “명백한 EU법 위반일 뿐 아니라 협력 원칙에 위배된다. 솅겐 지역 전체의 안보도 훼손할 것”이라고 답했다.
 
EU를 지탱해 온 주축의 하나인 솅겐협약엔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위스·리히텐슈타인 등 비EU 회원까지 포함한 유럽 29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날 히퍼 대변인은 “EU법의 존중을 위해 조약에 명시된 모든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난민 버스가 통과할 만한 헝가리 인접 회원국들과 연락 중이라고 밝혔다. 
 
솅겐 지역을 성립시킨 협약(Schengen Agreement)의 불투명한 미래를 새삼 일깨우는 대목이다. 1985년 6월 룩셈부르크 솅겐 마을 근처 모젤강 유람선 위에서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EC) 10개국 중 5개국(벨기에·독일·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의 서명으로 솅겐 지역이 출발했다. 이후 몸집을 불리며 사람·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유럽의 사회·경제적 통합 촉진과 집단안보 강화를 추구하게 됐다. 
 
지난주 레트바리 벤스 헝가리 내무장관이 버스 행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국 내 망명 신청자들에게 브뤼셀행 무료 탑승권을 제공한다고 알렸다.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헝가리의 지속적인 EU 망명규정 위반을 들어 6월 ECJ가 벌금 2억 유로(약 3000억 원)와 하루 100만 유로(약 15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으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브뤼셀(EU) 관료들에겐 유럽 시민보다 불법이민자들이 더 중요한 모양”이라며 현재까지 벌금 납부도 외면하고 있다. 
 
EU의 경제대국이자 대표적 난민 포용국이던 독일의 변화는 더 충격을 줬다. 9일 독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16일부터 6개월간 육상 국경 9개 전부에서 통제를 강화한다. 임시 조치로 통제 중인 오스트리아·스위스·체코·폴란드 국경에 더해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등과 접한 모든 국경에 경찰이 배치돼 입국자를 검문하며 무단 입국자나 수상한 인물의 진입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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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몇 달간 독일 내 이민자 흉악범죄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이 고조돼 국경봉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얼마 전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 반이민 정책기조를 지닌 독일대안당(AfD)의 승리로 강경책을 원하는 여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10일 영국 가디언은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에 큰 타격을 주며 EU의 통합을 심각한 시험에 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 이민 문제의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엄격한 국경통제의 긴급한 필요성보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일부 EU 당국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독일의 결정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독일의 조치에 대해 EU 당국자와 외교관들 역시 “자국 내 여론을 겨냥해 이뤄진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독일 통합·이주연구센터 마커스 엥글러의 경우 “더 이상 난민을 원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짚었다. 전임 앙겔라 메르켈 정권 시절 이주민 약 100만 명을 받아들일 만큼 관용적이던 태도의 종언을 읽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안보 위협과 망명 증가를 내세워 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 쪽 국경에서 검문을 시작했다. 덴마크 또한 가자전쟁과 러시아 스파이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독일과 연결된 해상·육상 국경에서 검문을 실시 중이며, 프랑스·이탈리아·노르웨이·스웨덴 등도 마찬가지다. 
 
솅겐협약의 보증 기구인 EU 집행위가 이날 회원국들을 향해 “심각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검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필요한 적정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독일 싱크탱크 유럽안정계획(ESI) 의장 제럴드 크네우스는 “특정 효과를 의도한 내부 국경 통제란 어찌됐든 솅겐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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