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악법’ 재표결 당일 “정부 무지성 지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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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독대 무산 직후 나온 발언 구설수
“자칫 당·정 단일대오 찬물” 우려 당내 고조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6 13:55:20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악법’으로 규정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국회 재표결 당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발언이 구설수에 오를 조짐이다. 당·정의 단일대오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한 대표는 △방송4법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재표결 당일인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독대 요청이 무산된 직후 시점이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악법 시리즈가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는 민심·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의힘이다. (악법 저지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제대로 해내자”고 독려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화살을 겨눈 것으로 해석될만한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가 무조건 민주당을 반대만 한다거나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민주당 악법 시리즈를 막을 때 우리가 왜 막는지, 그게 왜 민생을 위한 것인지 당당하고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설득해주시라”고 했다.

유권자에게 설득력 있게 ‘악법 반대’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무지성’ 등 표현이 자칫 당·정 단일대오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지금까지의 당·정 관계가 ‘무지성’이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어 단일대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과 선을 긋는 당내 소수 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이 집권 2년차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건 정권 연장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당 중진을 중심으로 높다.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5선의 나경원 의원은 “뿌리가 약한 나무는 시련의 계절을 견디지 못한다”며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각 세우면 진짜 ‘폭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대표·대선후보 등을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누차 내놨다.

한편 한 대표는 “70여 건의 민생 법안이 (오늘) 본회의에 상정된다”며 “그만큼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 면도 분명히 있다. (국민의힘이) 민생을 위해 결실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각 지역·국민에게 잘 설명해달라”고 의원들에게 요구했다.

26일 본회의에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 등이 상정됐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인지 알면서도 소지·시청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에는 육아휴직 기간·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각각 2년에서 3년으로,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