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해 카리브해의 섬 푸에르토리코가 세계적 눈길을 끌게 됐다. 대선 캠페인 막바지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나온 ‘푸에르토리코=쓰레기 섬’ 발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성 응수로 선거판이 요동치며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 역시 막판 공세에 사태를 역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인들은 미 시민권자로서 미국 법 지배를 받지만 미국 선거엔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내 두 번째 규모의 라틴계 인구가 푸에르토리코 출신 사람들이며 이들의 약 70%가 이중 유권자이므로 양쪽 선거에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5일(현지시간) 미 대선일과 같은 날 푸에르토리코 지사, 상·하 의원 선거와 더불어 푸에르코리코의 법적 지위에 관한 투표가 진행됐으며 전례 없는 열기를 보였다. AP통신과 현지 일간 엘누에보디아·프리메라오라 등에 따르면 선거 당일 섬 곳곳에 내린 폭우에도 유권자들이 대기 줄을 만들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런 광경을 본 적 없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고 감격스럽다” 등 현지 반응이 전해지기도 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날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진행된 선거에서 미국의 51번 째 주(州)가 될 것이냐 현상유지냐도 정한다. 이는 1967년 이래 일곱 번째 진행된 푸에르토리코 법적 지위에 관한 질문인데 미 연방 의회 결정이 있어야 하기에 투표 결과만으로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지금까지는 미국 측이 미온적이었다.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과 ‘반(反)식민주의’를 내건 제3당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 영토로 편입된 자치령이다. 50년 넘게 신진보당과 대중민주당이 푸에르토리코 지사 자리를 양분해 왔다.
푸에르토리코 정치 지형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지위’ 문제 관련 여론에 따라 결정된다. 신진보당(미 공화당 계)이 미국 편입을, 대중민주당(미 민주당 계)이 현 상태 유지를 각각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지사선에서 기존 제니퍼 곤살레스-콜론(48·신진보당), 헤수스 마누엘 오르티스(46·대중민주당) 양강 구도를 깬 후안 달마우(51·독립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골살레스-콜론 승리 시 4년 임기 지사가 3번 연속 신진보당에서 나오는 셈이며 독립당 후보 당선 시엔 최초의 소수 정당 소속 지사의 탄생이다. 현지 언론은 지지율에 근거해 신진보당 곤살레스-콜론 후보와 독립당 달마우 후보의 각축을 보도했다. 달마우 후보가 이변을 연출한다면 푸에르토리코 ‘완전한 독립운동’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현지 매체 엘누에보디아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에선 오랜 기간 경제적·정치적 혼란이 이어져 신생 정당의 청년층 지지세가 높아졌다. 이번 지사 선거 때 그간 ‘반(反)식민주의’ 주장을 펼쳐 온 제3당 독립당 후보의 깜짝 승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개표 결과 발표는 며칠 뒤에 나올 전망이다. 직전 선거인 2020년 때는 나흘 걸렸다.
2020년 조사 기준 푸에르토리코 인구(340만 명) 중 미국 투표권도 가진 유권자가 230만 명 안팎이다. 여론조사업체 리트데이터 10월25일~1일 유권자 800명 대상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39%포인트) 결과, 곤살레스-콜론 후보(35%)와 달마우 후보(34%) 간 박빙으로 나타났다. AP는 정치 분석가 호르헤 슈미트 니에토 푸에르토리코대 교수가 제3당 달마우 후보의 돌풍에 방점을 찍으며 “이번 선거는 이미 역사적” “올해 이전-이후로 나뉠 것”으로 짚었다고 전했다.
그간 주목받지 못하던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가 올해 특별해졌다. 트럼프의 뉴욕 유세 때 찬조 연설자 토미 힌치클리프(코미디언)의 ‘푸에르토리코=쓰레기 섬’ 발언으로 뜻밖의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와 재빨리 선을 그은 후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을 ‘트럼프 지지자야말로 쓰레기’ 뜻으로 역이용했다.
‘Supporters’가 아니라 ‘Supporter's’ 즉 지지자의 말 표현을 의미한 것이었다고 백악관이 해명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환경미화원 조끼를 걸친 채 유세에 나섰고 지지자들을 향해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드러났다. 여러분은 미국을 건설한 위대한 시민이지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목소리 높였다. 흰 바탕에 큼지막한 ‘트럼프-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글자를 크게 박아 넣은 쓰레기트럭을 몰고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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