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29일(현지시간) 미국 덴버 연방지방법원은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 자레 세바스찬 달케(Jareh Sebastian Dalke·32)에게 간첩 미수 혐의로 징역 262개월(21년 8월)을 선고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일급비밀로 분류된 기밀 등 총6건의 국방 정보를 전달했다. 그가 기밀을 전달한 러시아 연방정보요원은 실제는 연방수사국(FBI) 잠복요원이었다. 함정수사에 걸려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그에게는 간첩죄가 아니라 간첩미수죄가 적용되었다.
달케는 2022년 6월6일부터 7월1일까지 NSA에서 정보시스템 보안설계자로 근무했다. 그는 가족의 질병으로 인해 9개월 동안 휴직해야 했으나 NSA가 이를 지원하지 않아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근무기간이 불과 한 달도 안 되었지만 직무상 핵심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허가를 받았다. NSA는 120개가 넘는 위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 통신과 신호들에 대한 도·감청, 첩보 분석, 암호 해독, 암호 보호 기술 개발 및 미사일 활동의 감청 등을 담당하는 핵심 정보부서이다.
달케는 2022년 7월29일부터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개인과 암호화된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 시스템에 대한 외국의 표적 공격과 미국 사이버 작전에 관한 정보 등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제공할테니 특정 유형의 암호화폐를 지불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달케는 2022년 8월과 9월 사이에 암호화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여 러시아 연방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NSA 재직 시 빼돌린 3개의 기밀 문서(2건은 일급비밀) 발췌문을 전송했다. 맛보기용 기밀 발췌문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 문서에는 미국의 민감한 방위 역량에 대한 정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국가에 대한 위협 평가, 미국의 암호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FBI 잠복요원은 달케에게 정보제공 대가로 1만6499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제공했다.
2022년 8월26일 달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8만5000달러(당시 환율로 1억1200만 원)를 요구했다. 달케는 이 정보가 러시아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자신이 워싱턴 D.C.로 돌아가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달케는 2022년 8월에 NSA에 다시 지원했으나 채용되지는 않았다.
FBI 잠복요원은 달케에게 2022년 9월28일에 덴버 도심 기차역으로 가서 4시간 동안 보안 디지털 연결을 사용하여 문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달케는 자동차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비활성화한 다음 휴대전화 없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자택에서 북쪽으로 운전하여 덴버의 유니언 스테이션 근처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기차역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노트북·메모리 카드·보안송신 지침이 적힌 메모를 들고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거기서 노트북을 연결해 먼저 러시아어로 “우리의 우정과 공동의 이익을 기대합니다 (…) 드디어 이 정보를 여러분에게 제공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 찾고 싶은 문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본사로 돌아가면 시도하겠습니다”는 감사 메일을 보냈다. 이어 보안지침을 사용해 5개의 파일을 전송했다. 이 중 4건은 일급 기밀이었다. FBI는 달케가 파일을 전송한 직후 현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달케는 몇 달 동안 이메일을 통해 러시아 연방정보요원이라고 믿었던 인물과 통신하고 최고 국방기밀 정보를 누설했다.
미국의 간첩법(Espionage Act·1917), 즉 미국연방법 18편 793조와 794조에 해당하는 이 법은 미국 정부에 위해를 끼치거나 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방 기밀문서를 복사·촬영·제작 또는 취득하거나 취득을 시도하는 경우와 이를 전달·전송하거나 전달·전송을 시도하는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종신형 및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밀문건 1건당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달케의 경우 간첩죄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 및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었으나 실제로 국방기밀이 러시아로 넘어가지 않아 간첩미수죄가 적용되었다. 검찰 측과 유죄 인정 합의를 이끌어 내 징역 21년 8월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 사건 후 메릭 B. 갈런드 당시 미 법무장관은 “우리나라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이 피고인은 러시아 연방요원(실제는 FBI 잠복요원)에게 국가안보 정보를 팔고 있다고 믿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를 배신하려는 사람들이 그들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간첩 미수 행위만으로 21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국가안보 위해 활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사법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간첩들이 설치도록 용인하는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문제다. 2023년 적발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침투 간첩망에 대한 1심 판결은 작년 11월 구속 만료 기간 6개월을 훨씬 넘겨 기소된 지 1년 6개월 만에 나왔다. 간첩 혐의자들이 재판부 기피신청·항고와 재항고·국민참여재판과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등 재판 지연 전술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3년 10월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다 이날 법정 구속됐다.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간첩이 무려 13개월 넘게 거리를 활보한 것이다. 같은 해 적발된 이른바 제주 간첩망·창원 간첩망(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도 1년 8개월이 넘도록 1심 판결도 못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간첩 사건 피고인들은 다 석방되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미국과 너무 대비된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강국이라지만 간첩법제 등 안보수사 법제를 보면 ‘안보 후진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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