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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칼럼] 현대엔지니어링 정신 좀 차리세요
박용준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0 00:02:40
▲ 박용준 편집국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도 어김없이 사고를 쳤다. 공사현장에서 가끔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고가 아니라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대형 사고다. 2024년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하자판정 건수 1위 건설사라는 오명을 올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월25일 오전 10시경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한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일대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은 상판이 무너졌다. 최고 56m 높이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작업을 진행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9공구 전체 구간에 대한 작업은 모두 중지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가 발생하자 유가족에 대한 장례 절차와 정신적 충격 완화를 위한 심리상담 지원·부상자를 위한 재활치료 지원·피해 가구당 300만 원의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피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인접 가옥의 피해와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등의 주민 지원에도 나선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같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에 앞서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선행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해마다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 경상북도 대구 달서구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감삼센트럴 신축 공사장에서 중국인 하청 근로자 A씨가 5층에서 떨어진 외벽 석재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2021년 8월 현대 테라타워 지식산업센터 신축 현장과 같은 해 10월 오산역 지산‧물류 복합시설 신축사업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일어났다. 2022년 7월에는 충남 아산시 모종동 힐스테이트 네오루체 건설현장에서 협력사 직원인 외국인 근로자가 숨졌다. 2023년 4월에도 경기도 구리 갈매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협력사 근로자가 추락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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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중대재해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월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 건설을 끝낸 후 진행한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벽면에 균열이 생겼거나 콘크리트 골조가 휘어지는 등 수만여 건에 달하는 심각한 하자가 발견돼 홍현성 사장이 사과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국내에서만 사고를 친 것이 아니다. 2023년 4월29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에서 노동자 추락사고가 발생해 미국 연방직업관리청으로부터 사고경위 조사가 진행되기도 하면서 대형 건설사로서 국제적 망신도 당했다.
 
대부분 같은 건설사가 진행하는 공사 현장에서 매년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능력평가 5위 안에 들어가는 대형건설사임에도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세종~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붕괴 현장의 인명사고 후 진행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의 사과발표 방식도 대형건설사로서는 적절치 않았다.
 
중대재해를 벌인 기업의 대표가 직접 미디어 브리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서는 주 대표가 언론을 통해 사고 현장에서 직접 미디어 브리핑을 하며 조기 수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브리핑 장소가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는 점이다.
 
전면 통제가 이뤄진 사고 현장은 미디어 브리핑이 진행되는 28일 오전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산업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 대표가 미디어 브리핑 현장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현대엔지니어링이 급하게 미디어 브리핑 장소를 자사 사옥으로 변경한 것 또한 이 같은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고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의 리더십이 대표 취임 3개월 만에 흔들리고 있다. 주 대표는 2018년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선임된 후 수년 동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재무 전문가다. 건설업 경험은 없기에 건설 현장에 대한 이해 또한 한계가 있다. 이런 그에게 기술‧시공‧영업 등 다양한 건설 분야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문제는 결국 사고 현장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무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힌 것은 결국 무사안일주의와 과도한 재무 중심의 경영을 초래했다. 고용된 임원들이 현장 점검을 주도할 수 없었던 점,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적 투자나 안전 교육 강화가 부족했던 점이 이번 사고를 예고한 것이다.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복적 사고의 악순환을 끊어 낼 획기적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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