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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남북관계에 대해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도 두 국가”라는 입장을 25일 재확인했다. 다만 그는 “두 국가라는 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통일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자는 취지를 자꾸 통일 포기라고 연결하는 것은 문제”라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유연하게 남북관계를 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통일연구소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50~60%의 국민이 북한을 국가라고 인정한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 장관은 각종 세미나와 공개 발언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상 영구분단의 고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는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특수관계 속에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 날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이를 두고 정부 외교·안보 부처 수장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위 실장이 말한 것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라며 해석을 달리했다. 그는 또 “국방부·외교부·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다르니, 의견을 용광로처럼 녹여내 대통령이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실현을 위해 한 팀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두 국가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서독도 1972년 기본조약을 통해 상대를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공존 체제를 열었다”며 “남북도 변화의 초점을 적대성 해소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30년간 남북은 수많은 대화와 합의를 했지만 국제정치적 환경 변화 속에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동서독이 간 길을 우리가 가지 못한 것이 한계였다”고 진단했다.
북한 핵 개발 중단 최우선 과제로 지목
정 장관은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오늘 이 시각에도 북한의 네 곳에서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며, 북한은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약 2000㎏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핵무기 수십~100기 제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비핵화는 기술적으로도 10~20년 걸리는 과제”라며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핵개발 중단이며, 이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제재로 북핵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미 회담이 성사돼야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도 뒤따라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9·19 군사합의 복원과 관련해 “합의가 복원되기 전이라도 접경지역 실사격·실기동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8~2023년 훈련 중단 기간 접경지역 평화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대해선 “동맹 문제는 북한이 간섭할 수 없는 우리 주권의 영역”이라며 선을 그었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 요청에 대해서는 “내부 방침은 정해져 있다”면서도 “남북 간 대화 채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답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호응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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