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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2차 지급에 대해 말이 많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준다는 데서 애초 논란의 여지를 두고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상위 10%를 제외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준다는 안에 큰 이견이 없었던 입장이다.
그런데 무주택자에 평균소득자인 약자에 가까운 소시민을 상위소득 10%로 분류하고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독립세대를 이룰만큼 소득이 충분하지 못해 아버지 집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는 경우다. 소득은 딱 국민 평균소득이나 이하 수준이다. 그런데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상위 10%에 속하는 부친과 같은 세대원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 부친은 평범한 수입의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하면서, 고인이 된 모친이 노후대책으로 재개발 대상이 되길 바라고 외진 지역에 작은 다세대 주택을 하나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래서 다주택자로 분류되어 상위 소득자라는 것이다. 살고있는 주택에 그거 딱 하나 더 있다.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수입이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상위 10% 소득자로 분류되어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평생 무주택자로서 직장생활하며 살지만, 따로 임대료를 지급할 만큼의 소득이 아니라 아버지 집에 들어가 85세의 부친을 모시고 살고 있다. 연로한 분을 혼자 둘 수도 없고, 자신도 임대료로 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부친을 모시고 산다. 그런데 한 가구로 되어 있다고 상위소득자로 분류되어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포함된 것도 놀랍고 노후대책으로 평생 일한 돈으로 허름한 주택 하나 더 있다고 상위 10%라니. 어떻게 그런 경우를 아파트 수십 채에 건물 수십 채를 두고 고액 임대 소득을 얻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나.
2차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10%를 제외한다고 했을 때, 그 취지 공감했던 사람들이 이런 식의 대충대충 엉터리 행정으로 본의 아닌 손해를 입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세금은 더 내고 혜택에서는 제외된다면 그것도 문제 중 하나다.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을 더 돕자는 취지에서라면 동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행정은 더 세심하고 꼼꼼하고 치밀했어야 함은 더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선의로 차등지급에 동조했던 사람들조차 엉터리 행정에 실망하게 만든 건 정부의 실책이다. 뭉텅뭉텅 대충 망나니 칼질하듯 잘라내는 행정처리는 없어져야 할 악이다. 국민은 적지 않은 금액의 세금을 낸다. 그만큼 그 돈은 철저한 계획과 세밀한 관리 밑에 집행되어야 한다.
중산층 이하일수록 세금이 주는 압박감은 크게 다가온다. 이런 걸 두고 세금의 그리고 공공요금의 ‘역진성’이라고 한다. 그런 압박감 아래 생활하는 소시민을 엉터리 행정으로 상위 소득 10%에 포함시킨다는 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물론 고소득자가 더 갑부인 부모 품안에 살면서 온갖 혜택을 다 누리기 위해 그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부모의 재산은 부모의 재산이지, 자식의 재산은 아닌 것이다. 부모의 재산이 그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경우라도 상호부조의 성격을 외면해선 안 된다. 노령의 부모를 외면하고 살기 힘든 자녀들의 선의가 크건 작건 피해의 원인이 될 때 사회는 건강성을 상실한다.
거동이 어렵거나 정보의 사각지대에 사는 저소득층을 위해 ‘찾아가는 소비쿠폰’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듯, 섬세한 배려의 행정이 아니라면 국민은 부담스런 세금을 감당하면서 국가라는 틀 속에 살 이유가 사라진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권의 원리가 망각되지 않아야 한다.
성서에서 신이 그곳에 한 명의 의인이라도 있다면 그 타락한 도시를 멸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이 아니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행정 역시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걸 위해 권력을 위임하고 위임받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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