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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했다. 주요 증인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청문회는 ‘맹탕’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를 추석 직후 시작될 국정감사와 연계해 사법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 공세’ 프레임이 강화돼 지지율 하락과 역풍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예정대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개최했다. 핵심 증인인 조 대법원장과 현직 대법관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청문회장은 빈자리가 크게 눈에 띄었다. 민주당이 마련한 청문회는 결국 참고인 4명만으로 진행돼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가 국민에게 ‘사법 개혁 필요성’을 환기하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핵심 증인 없이 열린 청문회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취재진에게 “예상대로 증인들이 불출석했기에 청문회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며 “그러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유감을 표하고 청문회의 당위성을 국민께 설명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신 이달 예정된 국정감사를 ‘조희대 청문회 2라운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13일과 15일 이틀 동안 대법원 국감을 진행하며, 기관 증인으로 출석 의무가 있는 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히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그간 국회 관례상 대법원장이 간단히 인사만 하고 이석했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장시간 질의에 응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의 답변 태도에 따라 ‘탄핵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준비 중인 사법 개혁안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 확대,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핵심 과제로 논의해왔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 예정이었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유로 발표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당 지도부는 추석 민심을 살펴 여론에 맞춰 발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한 상황에서 청문회를 강행한 것이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고, 국민의힘이 주장하듯 ‘사법부 흔들기’라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체불명의 AI 음성과 유언비어를 토대로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맹비난했다. 보수진영은 민주당이 청문회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노린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전략을 두고 ‘득실 계산’이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보면, 청문회와 국감을 통해 민주당은 사법 개혁 드라이브를 유지하며 당내 결집과 개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핵심 증거와 증인 없는 상황에서의 공세는 대중의 피로감을 누적시켜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추석 민심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강경 노선이 오히려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법부는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선 개입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사법 독립에 부합한다”며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 탄핵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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