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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사태와 연방수사국(FBI) 관련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1·6 의사당 폭동’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 사건 현장에 FBI 요원 274명이 은밀히 섞여 ‘선동’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트럼프 계정엔 “FBI가 모든 규칙·규정·절차·기준을 위반하고 1월6일 사기극 직전 내지 도중에 군중 가운데 FBI 요원 274명을 배치한 것이 방금 드러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미국에서 ‘1월6일’로 불려온 이 사건은 2020년11월의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6일 연방 의사당(캐피털 힐) 앞에 모여 재검표와 당선인 상원 인증 보류를 요구하다 건물 난입으로 비화하며 사상자가 발생한 사태를 가리킨다. 당시 상원에선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당선 인증을 진행 중이었다. 상원 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직권으로 인증을 멈추고 조사에 착수하라는 게 시위대의 요청이었으나 시위대 일부가 의사당 안으로 난입하면서 경찰과 시위대 포함 5명이 죽고 140명 넘게 부상했다.
전 세계가 경악했으며 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이를 “민주주의제에 대한 미증유의 공격”으로 규정해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를 두 번째 탄핵소추했다. 결국 트럼프가 전임 대통령이 되면서 탄핵 소추는 추후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후폭풍이 엄청났다. 1500명 이상 기소됐고 트럼프에 쏠린 정치적 부담 또한 막중했다. 그러나 그는 작년 대선에서 압승했으며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 개시 직후 1·6 관련자들 전원을 사면했다. 이들 중 7명은 17~22년형을 복역 중이었다.
일부 미 보수 매체 보도나 친트럼프 커뮤니티에서 왕성하게 제기된 ‘1·6사건의 국가기관 관련설’이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해당 관점의 무게가 달라졌다. 증거 확보의 자신감이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방금 밝혀진 바에 따르면 FBI 요원들이 (2021년) 1월6일 현장에 있었다. 선동가·반란자로 활동했을 테고 결코 ‘법 집행관’으로서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른바 ‘요원들’ 하나하나가 누구인지, 그 ‘역사적’인 날 무슨 짓을 했나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또 “위대한 애국자들 다수가 나라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난 그들에게 큰 신세를 졌다”면서 “‘썩은 경찰들과 ‘부패한 정치인들’을 반드시 조사할 것”을 선언했다. FBI 국장들에겐 상황 설명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제임스) 코미와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 이들은 우리 위대한 나라가 위기상황일 때 거짓말하다 들켰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게 둬선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코미 전 FBI 국장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주도자였다. 러시아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을 위해 개입했다는 혐의였으나 영국 MI6 전직 요원의 미확인 정보들에 기반한 의도성 수사였음이 7월 국가정보장(DNI) 수장의 발표로 알려져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코미는 며칠 전(25일) 의회 허위진술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5월엔 해변 모래밭에 조개껍데기로 숫자 ‘8647’을 써놓고 SNS에 사진을 올려 구설수를 빚기도 했다. 미 영어 속어 86(죽이다·제거하다)에 47을 나란히 배열해 ‘47대 대통령(트럼프)을 암살하라’ 문구로 읽혔기 때문이다.
1·6사건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자발적 폭력성 난입’ ‘의도된 방조’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다. 논란을 키운 것은 현장에서 촬영된 일부 영상이었다. 의사당 경찰이 시위대에게 출입문을 열어주고 내부를 안내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더 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는 게 의회 경찰 측 해명이지만 트럼프 진영에선 이를 “의사당 진입 방조”로 규정하며 FBI 개입설에 힘을 실었다. 특히 “평화 시위를 폭동으로 둔갑시킨 내부 세력”의 증거로 활용됐다.
친트럼프 진영에서 ‘정체불명의 선동자들’ 존재를 계속 문제 삼자 조사가 이뤄져 작년 12월 법무부 감찰관실(OIG)이 공식 보고서를 내놨다. 결론은 “FBI의 의도적 잠복 요원 투입 및 폭력 선동 증거 없음”이었다. 그날 현장에 비밀요원(CHS) 26명이 있었고 제한구역에 들어간 사람도 있으나 ‘폭력 유도’ 지시 등은 없었다지만 트럼프 측에선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런 불신의 뿌리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 FBI의 편파적 행적 등의 전과가 자리한다. ‘FBI 선동론’은 친트럼프 보수층에게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주방위군 사전 배치 거부 역시 해석이 엇갈린다. 의회 경찰청장 스티븐 선드는 상원 인증 당일의 친트럼프 시위에 대비해 이틀 전 주방위군 지원을 요청했지만 경찰위원회(Sergeant at Arms·SA)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선드는 이후 청문회에서 SA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입장을 거론하며 거부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펠로시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으로 풀이돼 공화당은 “펠로시가 보안 실패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측에선 워싱턴DC 주방위군 출동은 국방부 승인 사안이라며 의회 SA에겐 요청권밖에 없다고 반박했으나 요청 자체를 좌절시킨 민주당 측 책임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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