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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5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가격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으며, 전세·월세 시장과 금리·환율·대출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서민 주거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의 11월 주택 동향 조사(10일 기준)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상승해 2020년 9월(2%)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10·15 대책 이후 거래 규제가 강화됐지만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소수의 고가 거래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한강변 주요 단지 등 핵심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신고가가 나오면 그 이상 가격으로 매물을 올린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매수 기대심리도 유지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규제의 효과가 미미하고, 매수 심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진단한다. 강남권은 규제 발표 이후에도 거래량이 크게 줄지 않은 반면, 규제에 취약한 서울 외곽 지역은 거래 절벽이 뚜렷해 규제 충격이 지역별로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전국 아파 아파트 전세가격은 0.29% 올라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56% 올라 28개월 연속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5개월 만에 전세금이 2억 원 이상 뛴 곳도 있다.
전세 급등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10·15 대책으로 서울·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갭투자’가 사실상 봉쇄돼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구조가 막혔다. 이로 인해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둘째,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분위기와 정치권의 전·월세 규제 논의(‘3-3-3 법안’ 등)로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전세 축소는 월세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평균 월세는 2020년 112만 원에서 지난해 145만 원으로 상승했다. 한강 벨트와 도심권에서는 월세 300만~400만 원대도 흔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월세 부담이 커질수록 서민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내수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서울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방·수도권 거주자들까지 서울 매수에 뛰어들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올해 가계대출 총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관리 목표가 약 5조9000억 원이었지만, 11월 중순 기준 실제 증가액은 7조8000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목표치보다 약 2조 원 초과한 것이다. 총량을 초과하면 은행들은 신규 대출 심사를 사실상 중단하거나 승인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총량 규제의 핵심 대상이기 때문에, 한도 초과 이후에는 신규 취급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현재 4대 은행은 이미 총량을 벗어난 상태라 11~12월 신규 주담대·신용대출은 ‘유의미한 규모로 취급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은행은 고정·변동 금리 상품의 한도를 축소하거나 사전승인을 지연하는 등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연말로 갈수록 규제 강도는 더 강화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도 대출 실행 시점이 내년 초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총량 초과는 연말 대출시장 ‘반(半)마비’를 초래하며 부동산 거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금통위는 동결”… 금리 인하 쉽지 않은 구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확실시된다. 금리 결정은 곧바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연결되고, 이는 부동산 매수 여력에 직결된다. 대출 금리가 고점에 머물면 매수 수요가 위축돼야 하지만 서울 시장은 오히려 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과열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세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어 한국은행이 통화 완화에 나서기 어렵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를 막는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80~1420원대에서 ‘고환율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 금리를 내리면 금리 차 확대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이는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원화 실질실효환율(REER)은 89까지 하락했다. REER은 주요 교역국 대비 물가를 반영한 실제 통화 가치 지표인데, 89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위기 직전 단계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REER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려 금리 인하 여지를 더욱 좁힌다.
결국 금통위의 동결 전망은 단순한 신중함이 아니라 고환율·물가·부동산 과열 우려가 얽힌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가 장기화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자금보다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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