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도가 세상을 구했다.” 1954년 12월 21일 자정 미국 시카고. 사이비 종교 시커스(the Seekers) 신자들은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황당했다. 자정에 일어난다던 대홍수와 세상의 종말은 없었다. 시커스 신자를 구원할 거라던 외계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교주 도로시 마틴의 예언은 거짓이었다. 그런데 왜 신도들은 스스로 세상을 구했다고 주장했을까?
마틴은 새벽 4시 45분 침묵을 깼다. “헌신적인 기도 덕분에 신이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예수라고 말했다던 외계인이 시커스 기도 때문에 지구를 파멸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신도들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마틴을 믿었다. 구원을 받겠다며 가정과 직장을 버렸던 신도들은 기적을 알리겠다며 스스로 포교활동에 나섰다. 시커스 신도들은 왜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을까?
사람은 합리화를 추구한다. 시커스를 관찰했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1919~1989)는 인지부조화를 피하고자 태도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사실과 믿음이 엇갈릴 때 사람은 인지부조화에 빠진다. 사실을 확인한 뒤 믿음을 버리기도 하지만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스스로 거짓을 말하거나 상황을 왜곡할 때도 있다. 페스팅거는 예언에 속아서 가정과 직장까지 버렸던 신자들이 기적을 말하며 포교 활동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보면 시커스가 떠오른다. 외계인과 소통한다며 지구 멸망으로부터 구원하겠다던 마틴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핵 위협을 단숨에 제거하는 위대한 지도자를 꿈꿨다. 물론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국을 이끄는 군 통수권자다. 마틴이 믿었던 미확인비행물체(UFO)와 달리 트럼프에겐 세계 최강이라는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말도 전쟁 상황과 다를 때가 많다. 트럼프는 전쟁 직전 참모들에게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기 전에 이란이 항복할 것이다.” 기대와 달리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자 트럼프는 애꿎은 유럽을 종이호랑이라고 비난했다.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듯 미국도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이란과 협상을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트럼프가 전쟁에 대한 공개적인 허세 뒤로 두려움과 씨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예상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중동국가를 공격하자 국제 석유 가격이 폭등했다. F-15 전투기가 격추돼 조종사가 실종했을 땐 참모들에게 소리까지 질렀다. 오죽하면 참모들이 대통령을 회의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을까.
페스팅거는 예언이 끝났을 때(1956)란 책에서 거짓말하는 심리를 밝혔다. 거짓말을 즐기는 트럼프도 꽤 합리적이다. 핵 위협을 핑계로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할 정도로 과격했지만 11월에 열릴 중간선거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설마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했겠냐? 이런 생각만 버린다면 페스팅거가 70년 전에 통찰한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트럼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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