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개로왕 때 고구리 장수태왕에게 거의 멸망할 뻔했던 백제는 이후 동성대왕의 중흥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국력을 회복해간다. 당시 백제는 신라와 손을 잡고 있었는데, 같은 해인 479년 백제에서는 동성대왕이 즉위하고 신라에서는 소지(炤知)마립간 비처(毗処)가 즉위한다. 동성대왕 때도 마찬가지로 백제와 고구리 사이에는 여전히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
동성대왕의 백제와 고구리와의 관계
483년 계해 2월 모대(동성대왕)가 한산으로 가서 군사들과 백성들을 10여일이나 위무한다는 소식이 고구리로 들어가자 7명의 장수가 자객이 되기를 자청했다. 이에 장수태왕은 “성인이라면 일을 함에는 응당 확실히 드러내어 해야 할 것이다. 어찌 자객을 풀어 해치운단 말인가?”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어 정공법으로도 백제왕을 해치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해 4월, 신라에서 홍수로 가옥들이 떠내려가고 있었음에도, 동성왕이 웅진의 북쪽에서 사냥해 신록(神鹿)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장수태왕은 “모대는 신라의 비처에게 의지하고 있으면서도 비처가 화를 당했음에도 찾아보지 않고 사냥이나 즐기고 있었으니, 둘 사이는 오래지 않아 서로 갈라 설 것이다.”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7월에 신라에 또 홍수가 나자 비처가 일선 땅으로 가서 백성을 구휼하고 있었음에도, 모대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부를 묻지 않았다고 한다. 두 나라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백제 동성대왕은 고구리 장수태왕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옛 백제 땅인 한남 땅을 돌려달라고 한다.
“동명의 친아들이자 유리의 의붓아들인 신의 조상 온조는 한남(汗南) 땅의 구다(勾茶)국에 봉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사이가 벌어지더니, 두 분 황제께서 뜻하신 바를 생각지 아니하고 서로 나뉘어져 땅의 경계를 다투게 되었습니다. 패하(浿河)에서의 참사는 실로 황구(愰惧)할 따름이며, 앞전신하 개로가 머리를 바쳐 더러움을 씻었음인즉 형제의 나라들이 오래도록 서로의 직분에 흠결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생각건대 감국황제폐하께서는 지극히 어지시며 올바름을 널리 펴고 계시니, 위로는 조종님들이 베푸신 은덕을 한번 생각하여 주시고, 아래로는 큰 나라가 자식을 기르는 은택을 베풀어 한남 땅을 돌려주시어서 이 골육이 그 땅에 발붙이고 근본께 보답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신은 폐하의 날개가 돼 동명의 큰 꿈을 쫓아 서쪽 중원으로 들어가 위나라 등 버릇없는 싹수들을 주살하고 참할 것입니다. 이리 할 수 있다면 천손의 후예는 무지무지한 행운일 것입니다”
이에 당시 연로한 장수태왕 대신 정사를 보던 감국(등극 전 문자명왕)이 웃으며 말했다.
“비처(소지마립간)가 삼모성을 고쳤으며 월성으로 이사했으니, 놈(=모대)은 편안히 웅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오. 기회를 살피다가 꼬여내어 그놈들을 사로잡아도 늦지 않으니, 잠시 그놈들이 하는 대로 두고 봅시다”
동성왕이 자신의 여동생을 감국황제에게 바쳐오니 상황(장수태왕)에게 바쳐 침비로 삼게 했다는 기록을 미뤄보면 고구리는 여전히 백제를 적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현재의 잘못된 역사 이론대로 그려진 중국 남북국시대 지도. [이미지=필자 제공]
북위의 대군을 격파한 동성대왕
대외적으로 백제 동성대왕의 가장 큰 치적을 들자면, 당시 중국 남북조시대의 절대강자였던 북위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동성왕 10년(488년) 위(魏)가 군사를 보내 우리(백제)를 치다가 우리에게 패했다.”라는 짤막한 문구만이 기록돼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의 위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느 정도의 병력이었을까.
서기 304년부터 439년까지 중국에서는 16개의 나라들이 생겨났다가 망하고, 서로 물고 물리고 물어뜯는 5호16국시대의 대혼란이 계속됐다. 마침내 이 혼란기를 마감하고 중국의 북쪽을 통일한 강력한 왕조가 세워졌으니 바로 선비족의 탁발씨(拓跋氏)부족이 386년에 세운 북위(北魏 386~534)로 중국 삼국시대의 위나라와 구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북위라고 부른다.
315년 족장 탁발의가 세운 대(代)는 376년에 전진의 부견과의 싸움에 패해 멸망했다. 전진이 383년 비수전투에서 패한 기회를 이용해 탁발규가 386년에 대를 재건하고는 칭왕하고는 국호를 위(魏)라고 했다. 397년에 후연을 멸망시킨 탁발규는 이듬해 수도를 평성(平城)으로 옮겼다. 이후 후왕들이 유송을 공격해 하남을 빼앗고, 호하, 북연, 북량을 차례로 멸망시킴으로써 439년에는 마침내 화북을 통일하게 된다.
이 무렵 남쪽에서는 동진(317~420)이 망하고 송(宋, 420~479)이 들어서게 되는데 이때부터 남북조시대라고 부른다. 북위가 백제를 공격할 488년 당시 남쪽에는 남제(南齊 479~502년)가 있었다. 동성대왕은 북위와 단교를 선언하고는 그간의 악행을 화친을 맺은 남제에게 까발리자 드디어 북위가 백제로 쳐들어온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병력으로 쳐들어왔을까?
그런데 현 사학계의 이론대로라면 중국대륙에 있던 북위(北魏)의 기병들이 황해바다를 건너 한반도 서남쪽인 공주에 있는 백제를 공격했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북위가 백제를 공격하려면 한반도 북부에 있는 고구리 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배를 타고 황해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 기록으로만 봐도 반도사관은 잘못된 이론임을 알 수 있다.
▲ 반도사관으로 본 북위와 백제의 전쟁도. [이미지=필자 제공]
<자치통감> 권136 영명(永明) 6년(488년)조 기록에 “북위가 병력을 보내 백제를 공격했으나 백제에게 패했다. 백제는 진나라 때부터 요서·진평 2군을 차지하고 있었다.(永明六年魏遣兵擊百濟晉世百濟亦據有遼西晉平二郡也)”라는 기록이 있다.
<위서> 권7하 고조기(高祖紀)에 “태화 12년(488) 소색(남제 2대왕)의 장군 진현달 등의 외적이 쳐들어왔다. 갑인일 예주자사 원근을 시켜 무리를 통솔해 막도록 했다.(太和十二年 簫賾將軍陳顯達等寇過, 甲寅詔豫州刺史元斤率衆禦之)”라는 기록이 있고, “태화 13년(489년) 정월 소색이 외적을 보내 변방을 침략했다. 회양태수 왕승준이 반격해 쫓아냈다.(太和十三年春正月, 簫賾遣衆寇邊. 淮陽太守王僧儁擊走之)”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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