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삼국사기’에 따르면 554년 가을 7월에 신라가 명활성(明活城)을 보수해 쌓으니 백제 성왕이 가량(加良)과 함께 관산성(管山城)에 쳐들어왔다. 이에 신라의 군주 각간 우덕(于德)과 이찬 탐지(耽知) 등이 맞서 싸웠으나 전세가 신라에게 불리해졌다. 이에 성왕이 신라를 급습하고자 몸소 보·기병 50명을 거느리고 밤에 구천(狗川)에 이르렀다.
이때 신라 김유신 장군의 조부가 되는 김무력(金武力)이 신주의 병사들을 이끌고 나아가 어우러져 싸우다가, 비장(裨將) 삼년산군(三年山郡)의 고간도도(高干都刀)가 재빠르게 백제 성왕을 공격해 죽였다. 이에 신라의 모든 군사들이 승세를 타고 싸워 크게 이겨, 백제의 좌평 네 명과 병사 2만9600명의 목을 베었으며 돌아간 말이 단 한 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관산(管山)과 관련 있을 관(管)이나 관성(管城)현 혹은 관주(管州)를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서 검색하면 모두 전국시대 한(韓)에 속했던 하남성 정현 즉 낙양 서쪽에 있는 지금의 정주(鄭州)시로 나타나는데,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 관 : 주나라 때 제후국의 이름. 관숙선을 봉한 곳으로 하남성 정현이다. ‘괄지지’에 관성현의 외성인 정주는 옛 관국성의 땅이다. 주나라 무왕이 숙을 봉한 곳이다.
(원문) 管 : 周国名，管叔鲜所封，在今河南郑县，《括地志》郑州，管城县外城，古管国城也，周武王弟叔所封。
▲ 충북 옥천에 세워져 있는 백제국 26대 성왕 유적비 [사진=필자제공]
반면에 ‘일본서기’ 기록에 의하면, 성왕의 태자 창(昌, 훗날 위덕왕)이 신라로 행군해 들어가 구타모라(久陀牟羅)에서 보루를 쌓고 있었는데, 긴 행군의 고통에다가 오랫동안 적진에서 침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안쓰럽게 여긴 성왕이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관산성으로 향했다. 한편 백제 성왕이 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신라는 나라 안의 모든 군사를 내어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신라의 좌지촌(佐知村)에서 말을 사육하는 노비였던 고도(古都)가 매복하고 있다가 불과 보·기병 50명만을 데리고 지나가던 성왕을 기습 공격해 사로잡는 쾌거를 올린다. 고도가 성왕에게 두 번 절하고는 “왕의 머리를 베기를 청하옵니다”라고 말하자, 성왕은 “왕의 머리를 노비의 손에 내줄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고도가 “우리나라 법에는 맹세한 것을 어기면 비록 국왕이라 할지라도 노비의 손에 죽습니다”라고 말하니, 성왕은 하늘을 우러러 크게 탄식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과인이 생각할 때마다 늘 고통이 골수에 사무쳤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구차히 살 수는 없다”라고 허락하고는 머리를 내밀어 참수를 당했다. 고도는 성왕을 참수하고는 구덩이에 파묻었다고 한다.
위의 내용을 다른 책에서는 “성왕이 호상에 걸터앉아 차고 있던 칼을 곡지(谷智=고도)에게 주어 베게 했다”라고 했으며, “신라가 성왕의 두골은 남겨 두고 나머지 뼈를 예를 갖추어 백제로 보냈다. 신라 진흥왕이 성왕의 머리를 북청 계단 아래 묻었는데, 이 관청을 도당(都堂)이라고 한다”고 ‘일본서기’에 기록돼 있다.
▲ 반도사관에 입각해 그린 신라의 전성기 진흥왕의 순수비와 관산성. [이미지=필자제공]
또 신라군에게 포위당한 창 태자가 빠져나올 수 없게 되자 백제 군사들은 놀라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이때 활을 잘 쏘는 축자국조(筑紫國造)가 활을 당겨 신라의 말 탄 군졸 중 가장 용감하고 씩씩한 병사들을 골라 쏴 떨어뜨렸다. 쏜 화살이 신라 기병들의 안장을 앞뒤로 가로지르는 나무를 뚫었고, 입고 있던 갑옷의 옷깃을 맞췄다. 화살을 비 오듯 날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니 드디어 포위했던 신라군이 물러갔다.
이로 말미암아 창 태자와 여러 장수가 샛길로 도망쳐 백제로 돌아왔다. 창 태자는 축자국조가 활로 포위한 군대를 물리친 것을 칭찬하며 ‘안교군(鞍橋君)’에 봉했다. 이때 신라 장수들이 백제가 지쳤음을 알고는 멸망시켜 남겨두지 말자고 했다. 이때 한 장수가 나서며 “아니 됩니다. 일본 천황이 임나의 일 때문에 여러 번 우리나라를 책망했다. 하물며 다시 백제를 멸망시킨다면 반드시 후환을 부를 것이다”라고 말하자 그만뒀다고 ‘일본서기’에 기록돼 있다.
창 태자는 백제로 돌아가 성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위덕(威德,재위 554~598)왕이다. 얼마 후 겨울에 고구려가 백제의 웅천성(熊川城)을 공격했으나 이기지 못했으며, 555년 겨울 10월에는 진흥왕이 북한산(北漢山)에 순행해 신라의 국경을 정하고는 돌아왔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사학계에서는 진흥왕순수비가 경남 창녕과 서울의 북한산, 북한의 황초령과 마운령 4군데에서 발견됐다고 했으나, 비문의 내용으로는 진흥왕의 순수비나 척경비가 맞다 할지라도 발견 장소가 인적이 드믄 산 속인지라 아마도 대륙에서 옮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만천하에 알리는 비석을 깊은 산 속에 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며, 진흥왕 당시 신라의 활동무대는 중국대륙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백제 성왕은 쇼토쿠 태자로 환생했을까?
▲ 나라현 호류지에 있는 구세관음 불상 [사진=필자제공]
일본 나라현에 있는 호류지(法隆寺)라는 사찰에는 백제관음상 외에 구다라(백제) 불교미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세관음(救世觀音)이라는 또 하나의 불상이 있는데, 538년에 몸소 왜에다 불교를 전해준 백제 성왕의 큰아들인 위덕왕(威德王)이 왜 왕실로 보내준 비불(秘佛)로 오늘날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다.
호류지에서 발견된 고문서 ‘성예초(聖譽抄)’에는 위덕왕이 구세관음을 왜로 보낸 사연에 대해 “백제 위덕왕은 서거한 부왕 성왕을 그리워하여 그 존상(尊像)을 만들었다. 즉 그것이 구세관음상으로서 백제에 있었던 것이다. 성왕이 죽은 뒤 환생한 분이 왜의 상궁(上宮) 쇼토쿠 태자이다. 상궁태자의 전신은 백제 성왕이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백제 성왕이 죽어 쇼토쿠 태자로 환생했다는 불교의 윤회사상까지 언급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에 호류지에서 저술된 고문서 ‘성예초’보다 약 200년 전에 기록된 ‘부상략기(扶桑略記)’에는 “금당에 안치된 금동 구세관음은 백제 국왕의 서거 후 국왕을 몹시 그리워하며 만든 불상이다. 이 불상이 백제국에 있을 때에 백제로부터 불상과 함께 율론(律論), 법복, 여승 등이 왜 왕실로 건너왔다.”라고 스이코왕 원년조에 기술돼 있다.
쇼토쿠(聖徳) 태자(574~622년)는 아스카 시대 요메이(用明) 왕의 차자로 태어나 스이코(推古) 왕의 섭정을 맡아 수나라에 견수사를 파견해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수입해 12계급의 관위와 17개조의 헌법을 제정하는 등 일본의 정치체제를 확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본에 불교를 보급시켜 융성시킨 독실한 불교신자로 존경받고 있어 일본에서 통용된 여러 화폐의 초상인물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