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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시편 32 : 8>
“누가 요즘 신문을 봐요? TV도 안보는데요. 보면 짜증이 나거든요”,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되려고 경제고, 안보고, 도무지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나라가 이 꼴이니 나라도 잘해야 하는데,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자식들에게 제발 사업은 하지 말고 공무원 되라고 해요”, “나라 말아먹으려고 아예 작정을 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통령이 어떻게 된 거 아닌가요?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언론매체가 공정한 보도를 안 해요. 그래서 보기 싫거든요. 그나마 외신을 보면서 한국 실정을 알게 되니 기가 막 힐 일 아닙니까?”
청소년들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언론매체의 오랜 독자층이었던 40대에서부터 70대까지 이런 말을 하며 한 숨을 내쉴 땐 걱정스럽기도 하고 속이 상한다. 직장을 떠난 4050 가장들이 부양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곳이 없다. 영세업자들은 가족단위로 영업을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울상이다. 일자리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지만 취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이나 청년수당을 받는 젊은이들이 아예 일자리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김 모 씨는 한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장을 찾았다. 김 씨에 따르면 다니고 있는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하려고 한다. 자칫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명예퇴직를 하면 2년 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어 고민 끝에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남는 것은 실망뿐이었다.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는 이미 포화 상태여서 신규 출점이 어렵다. 그나마 나오는 점포 자리는 이미 오픈 대기자만 수십 명에 달했다.
기존 회사에서 잘리면 편의점, 치킨집, 음식점을 차리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칫 명퇴금만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등포구의 경우도 수십 개의 음식점과 점포가 우우죽순으로 생기지만 몇 개월을 못 넘기고 문을 닫는다. 특히 편의점이나 음식점, 모텔의 경우 최저임금제로 인한 인건비, 임대료 등으로 직원을 쓰지 못하고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 숙박업소의 경우, 매번 15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하는데 이번에는 영업 실적이 저조하다고 세금이 면제되었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또 수출영세업자는 직원 몇 되지도 않는데 최저임금제에 주 52시간까지 임의로 정해져 인건비가 만만찮고 납기일을 맞추기가 어려워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긴 한숨을 쉰다.
최근 경기가 급하강하면서 1997년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거 쏟아져 나온 만큼은 아니어도 명퇴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의 명퇴를 유도하면서 이 숫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명퇴자들마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인데 문재인 정권은 북한 재정지원에만 관심이 있지 체감 온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심지어는 신입사원도 희망퇴직을 원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희망퇴직의 붐은 업황이 둔화하는 식품, 유통업계까지 확산되면서 명퇴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하는데 상황은 말처럼 녹록치 않다. 지난달 생산, 소비, 투자 등 산업 활동의 주요 지표가 전월 대비 다소 반등했지만 추세적으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NG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까지 낮춰 잡을 정도로 우리 경제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우려되는 것은 경직된 고용관행과 낡은 규제가 기업을 속속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삼정전자에 이어 LG전자마저 스마트폰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규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때이다.
며칠 전부터 최저임금위원회가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최저임금’을 논의했지만 결국 법정 심의시한을 넘기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공익위원, 사용자, 위원, 근로자 위원 9명씩 모두 27명이 논의를 벌렸으나 첨예한 대립 끝에 사용자 위원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핵심 사안인 내년도 최저임금 단위도 결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안건 부결에 따른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2년간 너무 올라간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익위원들이 근로자 위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부결됐다.
국민은 최저임금 논의가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에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과속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차고도 넘칠 만큼 충분히 확인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실책을 인정하되, 필요성을 언급한 속도 조절론을 반영하며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화에 나설 때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선언한 뒤 지난 해 16.4%에 이어 올해 10.9%대로 인상되면서 현재 최저임금은 8350원까지 치솟았다. 월급으로는 175만원에 달하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0만원 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숙박업 등은 현재도 1만원 선으로 5시간 기준을 해도 150만원에 식대비까지 포함하면 170만원 수준으로 군소 업주들은 울상이다.
한국 경제가 2%대의 저성장 터널에 깊이 빠져들면서 고용주들의 지불 능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 여파로 숙박, 음식점 근로자의 43%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6%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영이 어려운 고용주는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적으로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경영계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들고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는 업종별,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는 경험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산업 연수생에게는 일정 기산 감액 지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로 지정해놓고 주별로 지역 실정에 맞춰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숙박비,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고, 외국의 사례도 있는 만큼 이제는 정부, 여당,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미세조정을 통해 과속 인상의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안정화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지금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서둘고 있지만 기업은 구조조정에 바쁘다. 경제도, 안보도, 정치도 절대 위기에 처해있다.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인가. 3년을 더 인내하며 기다릴 것인가.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야고보서 1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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