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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편의점 삼각김밥과 알바생과 작가
단절과 고립의 공간 속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청춘들의 스케치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3-14 22:10:54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요즘 우한코로나로 대형마트에 가는 것도 주저되어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자주 찾고 있다. 편의점은 급할 때 정말 요긴한 골목의 백화점이다. 그래선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한국생활의 유익을 손꼽을 때 편의점을 꼭 언급한다. 오후 6시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 동네에서 살아본 이들이기에 24시간 매장이 주는 매력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편의점은 1989년 처음 등장했다. 그때 TV에서 송파구 방이동에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가 취재를 했다. 당시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지금은 평균 3366개의 품목을 진열하지만 당시엔 식품 위주로 2000여 가지 상품을 갖추었다. 품목 수도 늘었지만 매장도 늘어나 지금은 전국에 편의점이 3만7000개로 불어났다.
 
편의점이 가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작가들도 편의점을 소재로 쓰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김영하는 소설 『퀴즈쇼』에서 편의점을 묘사했고 김애란도 「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단편을 썼다. 이웃나라 일본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무라타 사야카는 편의점 알바를 18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편의점 인간』을 썼는데, 소설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
 
작가는 편의점 알바를 그저 조금 다른 삶의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김애란 작가는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비닐봉지를 흔들며 귀가할 때 나는 궁핍한 자취생도, 적적한 독거녀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이자 서울시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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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난 작가답게 편의점이 주는 유익을 포착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작가의 경우엔 일주일에 고작 사흘 일하면서 소설을 썼는데도 생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인구대비 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통계 자료를 보니 편의점 556곳 가운데 200곳 이상이 법정 최저 시급보다 낮은 급여를 주고 있다.
 
취업도 힘든 데 코로나로 그 길마저도 지연되고 있어 애타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 중 편의점에서 생활비를 버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편순이, 편돌이로 부르는 현실 속 편의점 인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소설이 묘사하듯 세대 간의 격차는 크고 깊다. 김영하는 『퀴즈쇼』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삼각김밥을 돈 주고 사 먹는 것은 편의점 알바생으로서 수치다.”
 
삼각김밥은 높이 9.5cm 무게 110g으로 표면에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얇은 비닐 필름을 감싸고 있는데, 언제나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 식사를 대행한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폐기 처리되지만 당연히 먹을 수 있다. 알바생에겐 폐기된 김밥도 저녁이다. 사실 매장을 찾는 청년에게도 점주에게도 저녁이 될 것이다.
 
작가들은 편의점 외에도 옥탑방, 고시원, 쪽방, 반지하방, 피씨방에도 주목한다. 단절되고 고립된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도 인터넷을 통해서 수천, 수만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작가들은 뿌리내릴 곳을 잃어가는, 삶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려 애쓰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낸다.
 
“소영은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명품가방과 지갑을 할부로 사고 카드가 정지되어 손발이 묶여 버렸다. 계산원으로 일하는 지영은 백화점 옷을 입어보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한다.” (서유미, 『판타스틱 개미지옥』)
 
소영, 지영 같은 친구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와서 돈 쓰는 걸 보면 절로 원망이 생긴다.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말했지만 현실에서 꿈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이나 고시원, PC방 등은 공간의 기능적 성격이 압도적이어서 우리 청년들이 꿈을 키울 공간적 여지를 찾기 어렵다. 앞서 말한 무라타 사야카가 그의 작품 『편의점 인간』에서 말한 것처럼 그곳에선 “(편의점 점원의)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이럴 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찾지도 못한 채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청년들에게 꿈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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