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배태용·정동현·이창현·허경진 기자] 악화된 경제상황,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유통업계가 거대 집권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오프라인 유통 규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다수의 전문가들은 해당 공약이 실현될 경우 유통업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상권 보호’ 명분 아래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규제 실효성 의구심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있다.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시민당)이 공동정책 공약으로 ‘복합쇼핑몰의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 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복합 쇼핑몰 입지 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중소유통상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중소 유통상인 온라인화 및 협업 촉진 등을 포함한 대형 유통기업을 타깃으로 한 각종 규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 등은 2010년 도입된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 제한, 2012년 도입된 영업시간 제한, 매달 2일의 의무 휴무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까지 같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 역시 정부 역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복합쇼핑몰의 입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무일 등을 지정하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177석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별 무리 없이 통과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을 타깃으로 한 정부·여당의 강력한 규제에 여론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미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내수경기마저 크게 침체된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등장할 경우 고사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개사의 매출액은 설 명절이 있었던 1월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으나 2월에는 7.5%, 3월에는 17.6%씩 각각 감소했다. 근거리 쇼핑 확대의 영향을 받은 SSM, 편의점 등을 제외하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매출 감소폭이 특히 컸다.
무엇보다 해당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기업뿐 아니라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 유통채널을 타깃으로 한 규제가 소상공인들에게 재앙으로 다가가는 셈이다. 국내 대형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 중 68%는 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한 소상공인은 “대형 복합 쇼핑몰 영업을 제한하는 정책은 곧 영업시간 제한과 강제 의무휴무와 직결하는 문제다”며 “안 그래도 경기침체와 코로나 여파로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탁상행정으로 매출이 더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 다른 골목상권을 돕겠다는 것인데 이는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대형마트 문 닫으면 소상공인·납품업체·소비자만 피해… 무차별 규제 대신 상생 유도해야”
다수의 전문가는 복합쇼핑몰 등 대기업 유통채널에 대한 타깃 규제는 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유통채널에 강제적인 규제를 가해도 소상공인이 얻는 이득은 적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만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부의 ‘유통업체 영업·출점 제한 제도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으로 문을 열지 않을 때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1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규모점포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또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에 찬성하는 비율은 73%였으나 의무휴업 일수를 더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73.14%로 높았다. 의무휴업 대상을 더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62.7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쇼핑이 크게 확대되며 국내 유통시장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구도가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경쟁구도로 탈바꿈했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시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이은주 씨(42·여)는 “평소에도 전통시장을 잘 찾지는 않지만 대형마트의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다”며 “그 전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대형마트에 들러서 장을 본 뒤 전통시장에 들러 구경하고 또 다른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을 들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경쟁의 촉진이지 특정계층의 편을 들어선 안 된다”며 “일부 사업자 편을 들어 자유시장 경제의 질서가 훼손되고 있고 그런 것들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과점이기 때문에 규제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삼성, LG 등 사업을 잘하면 독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정부는 독과점 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했을 시에만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인 휴무를 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나 유통업체에 고용된 약자들이 더욱 큰 손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마트 등을 규제하면 피해가 대형마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근교 농업인 등 납품하는 업체들에 돌아가는 식이다. 정부는 유통시장에 대해 규제보다 상생 정책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규제가 오히려 소상공인, 경제적 약자들한테 손해가 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노선을 바꿔 규제보단 상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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