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흑자를 내 온 한국게이츠가 돌연 자본 철수를 이유로 공장 폐업을 통보하면서 수십년 간 일해 온 노동자들이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더구나 한국게이츠가 전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빙자한 자발적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게이츠지회(게이츠 노조)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게이츠의 일방적인 공장 폐업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게이츠 자본을 규탄하는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게이츠 노조는 “한국게이츠가 공장 폐업을 결정한 마땅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매출이 감소하기는커녕 30여 년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온 만큼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츠 본사가 한국 공장을 폐업하고 판매법인만 남겨둔 채 한국시장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투기 자본의 전형적인 꼼수 행각이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이츠는 전세계 30여 개국에 100개 이상의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게이츠의 한국 사업장으로 자동차 및 산업용 동력전달 밸트류 등 부품을 생산하는 대구지역 대표 중견기업이다.
1989년 설립된 이후 매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게이츠는 2000년 이래로 연평균 6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도 연평균 5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돼 국내 여느 기업과 견주어도 재무 건전성이 매우 건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게이츠는 지난달 26일 갑작스럽게 공장 폐업을 결정하고 전 직원에 일말의 설명이나 동의 없이 해고를 통지했다.
한국게이츠는 “게이츠 본사가 지난해부터 전세계에 걸쳐 시행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장 폐업이 결정됐다”며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게이츠 노조는 게이츠 본사가 그동안 한국 시장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갈취해 왔다고 반박했다. 한국게이츠가 올려온 순이익의 대부분이 주주 배당 형식으로 해외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게이츠 노조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0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009억원은 주주에게 배당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게이츠의 주주가 미국게이츠와 일본의 니타인 것을 고려할 때 당기순이익의 96.9%에 해당하는 자금은 모조리 해외로 빠져나갔다.
게다가 게이츠 본사는 한국게이츠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됐다. 2019년 기준 한국게이츠의 자산은 429억원으로 확인됐다. 이 중 부채가 약 156억원이나 공장 부동산 가격 등을 고려하면 게이츠 본사는 500억원을 상회하는 차액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게이츠 본사는 중국게이츠에서 생산한 부품을 들여와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내놨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중국게이츠에서 생산한 타이밍벨트를 납품받고 있다. 올해부턴 오토텐션에 대해서도 중국산 부품 납품을 허용했다. 수십년 간 거래해 온 국내 협력업체가 폐업되는 것은 방관한 채 중국게이츠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쓰겠다는 셈이다.
더구나 현대차는 코로나 발발 초기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게이츠가 아닌 중국게이츠에서 부품 전량을 받겠다는 현대차의 발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게이츠 직원 147명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한국게이츠와 거래해 온 수십개의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6000여 명의 사람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에 게이츠 노조는 청와대와 정부에 게이츠 자본에 피해를 입게 된 자국민을 지킬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게이츠 노조는 청와대와 정부가 투기 자본의 악의적인 공장 폐업을 방관한다면 말뿐인 경제 살리기, 무책임한 위기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게이츠 노조는 현대차에 오랜 기간 거래해 온 국내 협력업체의 위기를 못 본 채 하지 말고 공장 폐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게이츠 노조는 “단 한번의 논의도 없이 기습적이고 황망하기 그지 없는 폐업 소식에 분노를 넘어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한국게이츠 공장 재가동과 정상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적극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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