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 대중예술을 대표하는 영화는 사람들의 정서와 꿈 그리고 삶을 대변하고 있죠. 그런 만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사명감이 크게 느껴져요. 저는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나름의 고민을 항상 안고 있지만 한편으론 영화를 만들면서 행복과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장맛비가 쏟아지는 8월 어느 날,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래 영화감독(48)은 따뜻한 인사와 편안한 미소로 기자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조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 이야기와 함께 그간 지나온 인생 여정에 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조 감독이 대중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16년 2월 개봉된 영화 ‘귀향’을 통해서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358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조 감독에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에게 영화는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에는 우리의 인생이 녹아 있어요. 영화를 통해 인생을 잘 표현해내서 제가 만든 영화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또 저의 작품에 담긴 내용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다면 연출자로서 만족할 수 있을 듯하네요.”
조 감독은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극장이 없는 지역이라 그의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첫 영화는 야외에서 특별상영하는 영화였다. 자라면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지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단편영화 연출, 영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고 국악단체 활동도 하는 등 한동안 바쁜 생활을 이어갔다.
“‘귀향’ 이전에는 장편영화 데뷔작인 ‘두레소리’가 있었고, 김성근 야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을 연출했어요. 최근에 연출한 영화 ‘소리꾼’은 대학시절에 ‘서편제’를 보고 받았던 깊은 감동을 기초로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이죠. 올해는 지난해 촬영을 했던 ‘소리꾼’의 후반작업과 영화 개봉 때 방송 인터뷰나 홍보 활동을 소화하며 최근까지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조 감독이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많은 국내외 감독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향이 컸다. 임 감독의 작품 ‘서편제’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조 감독은 밝혔다. 물론 세계적인 거장들이 만들어낸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해외 감독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꼽았다.
“세계적인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는데 그 중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A.I.’라는 작품이에요. 내용이 재미도 있었지만 주연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예요. ‘인셉션’은 영화에서 꿈이라는 표현으로 꿈 속의 삶을 현실에 대한 설계로 해석하며 인간의 모든 행동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죠. 제게는 너무나 직설적인 영화로 다가왔고 그것 때문에 좋아해요. 놀란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인터스텔라’는 동양적인 색채를 띤 SF물이라는 얘기와는 달리 이 영화 역시 이 세계에 대한 직설적·직관적 설명으로 가득찬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학적이지 않게 잘 풀어나가는 감독의 연출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죠.”
‘귀향’ ‘소리꾼’을 통해 한국 정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조정래 감독의 이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린 작품은 ‘귀향’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2016년 개봉해 358만명이 넘는 흥행 성공을 거뒀다. 영화 ‘귀향’은 1940년대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강일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뤘다. 각국에서 모금된 후원금으로 13년에 걸쳐 제작 후 2015년 광복절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후반작업을 위한 제작비가 부족해 개봉하지 못했다. 2015년 8월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으로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면서 2016년 2월 24일에 개봉했다.
“‘귀향’은 초기에 확보된 상영관이 적어서 걱정을 했지만 영화를 미리 관람한 정치권에서 영화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영관을 확보하게 됐어요. 그 결과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1위를 차지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죠. 특히 연극계의 대모로 잘 알려진 배우 손숙이 노 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셨죠.”
영화 ‘귀향’을 만들게 된 것은 조 감독이 2002년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 계기가 됐다. 거기에서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마음에 충격을 받았고 위안부로 힘든 시간을 보낸던 할머니들을 만나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조 감독은 밝혔다.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10년이 넘게 ‘귀향’을 준비했는데 중간에 투자가 무산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그때마다 아내가 저를 믿어주고 힘들 때도 옆에서 위로도 많이 해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항상 심어줘서 감사했죠. 그 결과 작품이 무사히 완성됐어요. 대학교 시절에 처음 만난 아내에게 힘들 때에도 늘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조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잘 다뤄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귀향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께서 영화를 보시고 나서 ‘영화 잘 봤다. 좋은 작품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이렇게 제게 인사해주실 때 감동의 눈물이 나기도 했죠. 아직까지 위안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영화 ‘귀향’을 후원해준 많은 분과 ‘귀향’을 관람하고 응원해주신 358만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지난달에 개봉한 영화 ‘소리꾼’은 그의 흥행작 ‘귀향’보다 먼저 조 감독의 마음속에 담아두고 오랜 시간을 준비한 만큼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조 감독은 영화 감독이기도 하지만 북을 치는 고수이기도 하다. 고법 이수자로 이미 국악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 ‘소리꾼’ 역시 1993년 극장에서 ‘서편제’를 본 뒤 깊은 감명을 받아 자신의 삶도 영화 이야기에 녹여낸 것이다.
“제가 연출한 영화 ‘소리꾼’은 대학교 3학년 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준비했던 작품이죠. 이 작품은 특히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는데, 요즘 시대에 공동체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된 셈이죠. 영화 ‘소리꾼’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모습,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어요.”
조정래 감독은 올해 개인적인 활동계획으로 차기작도 구상하고 있지만, 그 전에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 ‘소리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민 100만 소리꾼 관람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영화 ‘소리꾼’ 대관행사를 하고 상영하는 곳에 배우들과 함께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깜짝 무대인사 이벤트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희 영화 ‘소리꾼’은 우리의 전통음악인 판소리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재미가 있고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죠. 곧 다가올 추석 때 가족과 함께 보시면 더 좋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겠죠.”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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