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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한전 송전탑 관련 거짓합의 논란

질병피해 놓고 공수표 남발…공기업 한전의 국민기만 시나리오

마을인근 48m 송전탑 설치에 주민들 건강피해 우려 반발

철탑 높이 축소 공증합의까지 했지만 수년째 불이행 지속

한전 “규정 최저 높이로 설계돼 높이 축소 불가” 주장

김찬주기자(cj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1-17 14: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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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4리 길곡마을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길이 약 50m, 처리 전압 154kV 규모의 대형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면서 한전과 마을주민들 간의 갈등이 발발했다. 사진은 문호리 633-3번지에 설치된 초대형원형강관송전탑. ⓒ스카이데일리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국민 기만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전이 경기도 양평군 한 마을에 건강피해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형송전탑을 설치하기 위해 당초 이행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며 주민들을 속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수표를 남발하는 과정에서 공증합의까지 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반발 누르기 위한 공증합의서 쇼…철저히 계획된 국민 기만 시나리오
 
조용하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4리 길곡마을에 한전이 초대형원형강관송전탑을 설치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한전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전은 주민 대표들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를 통해 공증까지 마쳤음에도 수년째 축소 공사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논란은 2016년 6월23일 높이 약 50m, 처리 전압 154kV(킬로볼트. 1kV는 1000V의 전압을 처리) 규모의 대형 초고압 송전탑이 별안간 세워지면서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은 해당 송전탑은 한전의 어떠한 사전 예고나 협의도 없이 단 하루 만에 야간작업까지 강행하면서 기습적으로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송전탑은 초대형원형강관송전탑으로 약 15만4000V 규모의 전압을 처리한다.
 
송전탑 인근 마을 주민들은 전자파로 인한 건강악화 우려는 물론 집에서 불과 50여m 떨어져 바로 머리 위에 꽂혀있는 거대 송전탑을 보며 느낄 심리적 압박감에 송전탑 설치를 거세게 반대했다. 국회·국무조정실·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도 진정·탄원을 지속적으로 신청했다.
 
▲ 송전탑이 머리 위에 세워지자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은 1년 3개월여간 국회·국무조정실·국민권익위원회 등 정부관계 부처에 진정·탄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결국 한전 실무자 등은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부당한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마을주민들에게 사과와 함께 합의를 요구했다. 사진은 2016년 8월 당시 송전탑 높이 축소에 관한 한전 관계자 측의 서신. ⓒ스카이데일리
 
결국 한전 경인건설처 실무자 등은 2016년 6월29일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부당한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 이의를 제기한 마을주민들에게 사과와 함께 합의를 요구했다.
 
합의 과정에서 주민들은 송전탑 이설 혹은 높이 20m 축소를 요구했지만 한전 측은 13m 축소를 역제안했다. 마을주민들은 다른 마을이나 지역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희생을 각오하고 송전탑 높이를 13m 축소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2017년 9월 주민들과 한전은 도로정비 등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 가능한 특별지원사업비 1억1000만원 지급, 송전탑 높이 13m 축소 공사 등의 내용을 담은 공증합의서를 체결했다. 쌍방 교부된 합의서엔 한전 서울지역본부장의 직인까지 찍혔다.
 
그런데 최초 합의서를 체결했을 당시만 해도 상황이 해결됐다고 안심하던 주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전이 송전탑 축소공사 이행 약속을 3차례나 일방적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한전이 자재수급·시공사 선정·공사 관련 휴전 등을 핑계로 공사를 수차례 미뤘다”고 주장했다.
 
문제해결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2018년 8월 김모 당시 신임 한전 송전건설부장이 “합의서에 명시된 송전탑 높이 축소공사는 이행 불가능하다. 법대로 하라”며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전 측은 “국무조정실에서 (한전을) 감사했는데 엄중한 지적을 받아 공사 시행이 불가하다”며 합의 불이행 이유를 들었다.
 
▲ 한전은 마을주민들과 송전탑 높이 13m 축소 공증합의서를 체결 했음에도 한전이 돌연 ‘축소 공사 불이행’을 통보하는 등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마을주민들은 송전탑의 엄청난 크기와 위압에 일상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길곡마을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과 근접한 문제의 송전탑. [사진제공=길곡마을 주민대표]
 
길곡마을 주민대표 A씨에 따르면 그로부터 약 두 달 후인 2018년 10월 문모 당시 한전 부사장 외 실무자들이 현장을 재방문해 “합의를 이행하면 송전탑 건설 업무와 관련된 부하직원 20명이 향후 승진 등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송전탑 축소 공사를 지역지원사업비로 대체하는 건 어떻느냐”고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전이 마을주민들과 송전탑 높이 13m 축소 공증합의서를 체결했음에도 축소 공사 불이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다른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해 주민들은 심각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A씨는 “마을주민들은 송전탑의 엄청난 크기와 위압에 일상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지금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전이 합의내용 불이행 책임을 국무조정실로 전가하고 있어 우리가 청와대 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탄원을 했지만 이들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로 떠넘기고 산자부는 한전과 협의하라는 등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건강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공증 합의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할테면 해봐라 식의 파렴치한 한전의 갑질에 기가 찰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주민기만 거짓 합의 스스로 인정한 한전… “현재 송전탑 현재 높이가 내부규정상 최저”
 
▲ 입수한 공증 합의서에 송전탑 높이 축소공사가 분명히 명시됐음에도 한전이 돌연 공사 불가능이라고 주민들에 통보한 이유는 애초에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가 불가능한 ‘한전 내부규정’에 있던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진은 합의서에 명시된 일부 내용(왼쪽)과 공증 변호인을 통한 공증 인증서.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최근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한전이 돌연 공사 불가능이라고 주민들에 통보한 이유는 임직원들의 승진문제뿐 아니라 애초에 내부규정상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전은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가 불가능한데도 주민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거짓약속을 한 셈이다.
 
한전 경인건설본부 송전건설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국무조정실의 감사가 있어서 어렵기도 했지만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는 내부규정상 불가능하다”며 “송전탑을 건설할 때 주변 수목과의 안전거리와 지면과 전선의 높이가 최소 21m가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따로 정해진 송전탑의 최소 높이 규정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송전탑 높이도 그렇지만 그곳에 걸려있는 느슨한 전선의 최하점이 지면으로부터 수직 거리가 21m가 돼야한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이어 “전선이 걸리는 송전탑의 최저 높이가 지금 문호리에 설치된 높이 48m의 송전탑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렇다면 당초 낮추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낮추겠다고 공증합의까지 한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설치 당시 담당자가 아니라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공증 합의된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가 이행될 가능성은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송전탑 높이 축소 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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