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반기업·친노동 정책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대 성향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 스스로 후신임을 자처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마저 일부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책실험’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했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정규직 직원을 크게 늘림과 동시에 임금 수준도 끌어 올렸다. 정부 눈에 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논리는 외면 받았다. 그 결과 각종 부작용이 범람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상 부담은 인력 운용 등으로 날로 확대되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에도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기업들의 부담 확대는 결국 국가경제 성장동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제 살 깎아먹는 친노동의 부작용’을 선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도입, 직장 내 괴롭힘 명문화 등 주요 친노동 정책들의 명암과 산업현장에서의 어려움, 업계 관계자 및 경제계 전문가의 목소리 등을 취재해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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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문재인정부는 친노동 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국공 사태’가 보여주듯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활성화됐고 근로자들의 후생이 확대됐다는 평가 이면엔 경영난 등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기업들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기조에 적극 발맞추는 추세다. 특히 유통업계가 정규직화에 적극 나섰다. 캐셔 등 근로자들의 권리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윤극대화라는 기업의 일차적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홈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적부진’을 피하진 못했다.
유통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유통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두 기업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지 못해 최악의 실적난을 거듭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서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했지만 친노동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비효율의 산물이 된 오프라인 점포를 철수하기 위해선 인력 감축이 시급하지만 무리한 정부 눈치보기로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천했던 유통업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솔선수범
다수의 경제계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10년여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의 성공 공식 중 하나는 ‘규모의 경제’였다. 보다 많은 점포를 확보하는 동시에 각 점포는 가능하다면 크게 지었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쇼핑 편의성 등을 확보할 수 있고 종국에는 기업 이익을 가져올 수 있어서였다.
오랜 시간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롯데백화점만 보더라도 전국에 점포만 50개가 넘는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점포 수가 각각 18개, 15개 등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규모의 경제가 업계 경쟁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시사한다. 대형마트, 슈퍼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유통업계는 보다 많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절감에도 적극 나서야 했다. 절감됐던 비용 중 하나는 인건비였다. 유통업체들은 정규직 직원 대신 가급적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형태 등으로 인력을 확보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통업계 특성상 노동유연성 확보는 필수였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계약직 직원은 1만2106명으로 정규직 직원(9877명)보다 많았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다수의 공기업이 비정규직 직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변화는 공기업에 한정되지 않았다. 여론의 화살은 민간기업으로 향했고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정부마저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상승 등을 바탕으로 ‘무언의 압박’에 나서자 민간기업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 규제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유독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비정규직 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서둘러 대처에 나섰다. 2016년까지만 해도 롯데쇼핑의 단기간 근로자는 9236명, 기간제 근로자는 1647명 등이었다. 이 직원들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각각 7858명, 103명 등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도 단기간 근로자가 1226명에서 326명으로 줄었다. 390명이던 기간제 근로자는 아예 없어졌다. 홈플러스는 아예 2019년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업 존폐 위협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비자·근로자 피해까지 불러온 최악의 선택”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 흐름은 근로자 처우 개선이라는 일부 효과를 냈지만 동시에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가는 유통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실적부진이라는 결과와도 마주하게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사업구조 개편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기업, 나아가 산업 전체의 일자리 수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친노동 정책이 우리 사회의 일자리 창출능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2016년 9월말까지 롯데쇼핑은 연결기준으로 21조9843억원 매출에 55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엔 12조2285억원, 1646억원 등으로 각각 축소됐다.
유통업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력감축이 시급한데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감히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온라인 역량을 강화해야 했지만 점포 축소 과정에서 정규직이 된 직원들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하지 못한 탓에 점포를 그대로 유지해야 했고 결국 실적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쇼핑은 뒤늦게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개가 넘는 점포 가운데 200여개를 3~5년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작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점포 축소는 사실상 인원 감축을 시사하기에 근로자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해석되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된 셈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자체로도 기업에 비용측면의 부담을 키웠다. 2016년 9월말까지 롯데쇼핑의 인건비 총액은 695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9월말까지의 롯데쇼핑 인건비 총액은 7522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중 롯데쇼핑 직원은 3000여명 줄었다. 인원이 줄었음에도 인건비가 올랐고 특히 실적이 악화되는 과정에서도 인건비 부담은 확대됐다.
이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마트는 2016년 9월까지 인건비로 총 6824억여원을 투입했다. 이 비용은 지난해 9월 기준 7263억여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중 직원 수는 4000여명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2016년 9월 누적 4176억원에서 지난해 9월 1523억원으로 줄었다.
홈플러스도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2016년 사업연도에 홈플러스가 급여 및 퇴직급여로 지급한 금액은 모두 5544억원이다. 이 비용은 2017년 5833억원, 2018년 6073억원, 2019년 7718억원 등으로 지속 상승했다. 불과 3년 새 22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중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3091억원에서 160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순이익은 아예 적자전환했다. 2016년 32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홈플러스는 2019년 532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난에 휩싸인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3년여간 홈플러스를 이끌었던 임일순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를 떠났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나 업계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논리를 외면한 무리한 친노동 정책에 각 기업은 물론 산업전반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기업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건 노조 가입자 등 일부 근로자로 한정될 뿐 기업 및 근로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소비자 후생 저하라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무리한 친노동 정책의 최종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노조와의 연대 때문에 요구를 거의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근로자와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근로자와 취업준비생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업성이 떨어진 기업들은 채용인원을 줄이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될 것이며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와 국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몇 사람은 정규직이 되면서 혜택이 보겠지만 결국은 노조에 대한 혜택이지 근로자 전반에 대한 혜택은 아니다”며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유통비용 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친노동 정책추진은 반노동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등 사회 전반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노동 정책은 일부 근로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겠지만 청년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제공될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결국 친노동 정책의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는 얘기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은 전 국민의 피해를 유발시키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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