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정부·여당의 친노동·반기업 입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간 기업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친노동 정책과 잇따른 규제 정책 등의 보완·폐지를 요구했지만 도리어 이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의 강행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인뿐 아니라 대다수 근로자마저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으로 직결되고 퇴근 후 소위 ‘투잡’이나 주말에 막노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대재해법 이어 예비 범법자 우려 낳는 주 52시간 근무제… “中企 현실 등한시”
주 52시간 근무제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법정 근무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일명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2018년 3월,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그해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했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 50~299인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나 준비 부족으로 시행이 1년 미뤄졌고 올해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현장 내부 상황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업종별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이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불만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서 터져나온다. 근로자의 경우 당장 잔업과 주말 특근을 못해 수입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의 근심은 더 커지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 기간이 부여되고, 기간 내 시정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폭탄에 처해진다.
경기도 파주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오승환 대표(가명)는 주 52시간 근무제 법안과 관련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쇄산업 자체는 연장 근무가 필수불가결인 동시에 수주산업인 터라 주52시간 근무제 강행은 업종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1년 넘게 지속해온 코로나19 여파로 수주 물량이 예전보다 크게 급감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특히 올해부터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무작정 표심을 얻으려는 친노동 정책을 펼치기에 급급해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고사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쇄제조업 자체가 사실 연장근무가 필요한 산업이고 인쇄업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산업 대표들이 공감할 것이다”며 “주문 생산 같은 경우 마음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를 위반 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예 한국에서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로 상당수 기업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정부가 이를 감안해 하루빨리 현실성과 적합한 대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과수당 사라지면 생계곤란→주말·야간 투잡 불가피… “저녁 있는 삶 앗아가”
무엇보다 주52시간제 시행 적용으로 인한 후폭풍은 비단 사업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근로자는 월급 반토막이 불가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반대로 궁핍한 삶에 직면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아울러 퇴근 후 초과근무 수당을 못 받아 줄어든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대리운전, 야간 아르바이트 등 ‘투잡’ 생활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충남 천안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해온 오국영 씨(47)는 “자동차 부품 공장은 특성상 납기가 임박하면 장시간 근무가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가 산업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왜 강제적으로 선택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며 “여기에 주 52시간제 적용 시 기존 급여보다 20~30% 감소가 불가피해졌고 야간 및 초과근무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퇴근 후나 주말에 대리운전을 시작할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당초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내세웠음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역설에 불과하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다수 중소 제조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크게 위축돼 있는데 과연 현재 시점에서 이 법안을 밀어붙일 적절한 타이밍인지 의문투성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근로자인 김영주 씨(61)는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부양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오 씨와 마찬가지로 김 씨 역시 국가가 반강제적으로 노동 시간을 감축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현실 외면과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업종 특성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킨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일을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국가가 마음대로 간섭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해 임금이 삭감되면 당장 생계 부담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고 수많은 근로자를 몰락의 길로 빠져들게 하는 악법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아내와 같이 맞벌이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3명의 자녀를 부양하는 만큼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고 결국 임금 감소는 우리 가족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말은 허상에 가깝고 무엇보다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은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 도입은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정부가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전문가는 근무시간 같은 경우 경제주체가 스스로 결정하는 불가침한 영역에 속하고 친노동·반시장 규제 강행은 종국 한국경제 근간을 뒤흔든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초래되고 결과적으로 따져봤을 때 노동 약자들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주 52시간 규제는 노동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탁상행정식 입법에 가깝다”며 “입법이라는 것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해야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적용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이 아닌 저녁 없는 삶의 상황을 몰고 간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주 52시간 제도는 추후 문재인 정권이 바뀌면 폐기해야 할 1순위 악법이다”며 “최저임금제도 같은 경우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양적인 규제는 최저임금과 차원이 다르고 일하는 양 자체를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제적 이득을 누리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사회주의식 발상에 가깝고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벽을 낮춰야 한다”며 “여기에도 모자라 올 하반기부터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면 현장 내의 시름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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