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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3년 반 동안 해외로 이민 간 우리 국민의 숫자가 박근혜정부 4년의 두 배에 달한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해외이주 신고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6월~2020년 12월 해외이주를 위한 출국자가 2510명, 즉 2013~2016년 1267명에 비해 98% 이상 늘었다. 작년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이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실상은 문 정부 2년 반의 이민 증가율에 해당한다.
이주 대상국은 미국이 992명에서 1680명으로 69.4%, 캐나다가 71명에서 260명으로 266% 각각 증가했다. 일본 490%, 프랑스 475%, 호주 90% 등도 증가폭이 크다. 결혼이나 친척의 초청 등을 통한 ‘연고 이주’ 증가세가 뚜렷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해외이주법이 개정되면서 다른 목적으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국적을 취득하는 ‘현지 이주’ 사례가 별도 집계된다. 현지 이주는 2017년 12월~2020년 12월 3년간 1만396명. 미국이 4726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 2067명, 호주1004명, 일본 834명, 뉴질랜드 454명 순이다. 급증하던 해외 이주는 팬데믹으로 주춤했다.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로선 암울한 현실이다. 인구감소도 심각한 문제지만 자산과 능력 면에서 상층부 인구의 해외 유출은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인식돼야 한다. 사람만 나가는 게 아니라 국부가 함께 유출된다. 기업들이 노동·환경 관련 온갖 규제를 견디다 못해 해외로 옮겨가는 마당에 개인이나 가계마저 이 나라를 등지는 추세다.
연간 10조원 전후였던 제조업 해외투자가 2018년 18조2000억원에서 2019년 2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는 7만2000개로 추산된다. 취직을 위해 해외로 따라 나가야 하는 현실이 조만간 닥칠지 모른다. 기업과 부자에 대한 적대 시 역시 일종의 ‘국민 편 가르기’이며, 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을 낳는다. 현 정부 들어 뚜렷한 경향의 하나다.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 분위기도 역대 그 어느 정부 시절보다 어둡다. 중산층이 떠나는, 떠나고 싶어 하는 나라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글로벌 시대에 이민 증가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단기간의 이례적인 급증, 더구나 인구감소가 국가적 고민인 시대라 더욱 걱정스럽다.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을 듯해서 더 문제다. 요컨대 현 정부 들어 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같은 이른바 ‘부자 증세’,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등이 이민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세금부담만 늘어난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기회만 된다면 국내 재산을 정리해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질 만하다.
탈 한국 러시를 막는 길은 자명하다. 규제 대신 자율, 보조금보다 경쟁, 시장 존중 정책으로 기업을 키우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상속세법 개정 또한 절실하다.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어렵사리 모은 재산은 ‘사유재산’인데, 거기에 왜 또 세금을 매기느냐”는 기업인들의 항의는 일리가 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에게 접근한 것은 패착이었다. 문제를 공론화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다. 평생을 바쳐 일군 기업을 원하는 인물에게 온전히 상속하기 어렵다면 다 정리한 후 현금화해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것도 인지상정 아닌가. 불로소득형 상속이 아닌 경영권 상속엔 배려가 필요하다. 그게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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