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와 각종 장기기능이 떨어진다.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도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라고 부른다. 흔히 치매로 알려진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뇌의 퇴행성변화로 발생한다. 사람의 알츠하이머치매와 발병기전이 비슷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8세 이상 개의 3마리 중 1마리가 인지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며 15세가 되면 그 비율이 2배로 늘어난다. 고양이 역시 11~14세일 땐 3마리 중의 1마리가, 15세 이상이 되면 절반이 인지기능에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감각 상실·수면 패턴 변화·잦은 배변 실수 등…인지기능장애증후군 의심해봐야
스카이데일리는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이 고민인 반려인을 만났다. 반려인은 반려견 졸리(16세·암컷)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았던 사연을 들려줬다. 어느새 반려인의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 졸리를 보며 반려인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가 졸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매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안아주며 관심과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졸리가 나이가 들면서 공간인지능력이 떨어져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밤에 잘 잤는데 새벽에 깨어 있고 낮에 잠들고 수면패턴도 바뀌었어요. 잠을 자다가도 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배변 실수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배변도 못 가리게 돼 기저귀를 항상 차고 다녔죠. 활력도 저하돼 항상 힘이 없었고 산책도 버거워했어요.”
“졸리의 이상 증세에 동물병원에 내원한 결과, 수의사 선생님은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이라고 하셨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죠.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어요. 수의사 선생님은 이미 손상된 뇌신경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다양한 내과적 치료와 생활 관리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고 했죠.”
반려인은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증상이 발현된 반려견에게 이상 행동을 교정하려 하는 것은 반려견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한다고 귀띔했다.
“수의사 선생님은 반려인이 반려견을 안정시키고 반복적인 이상행동으로 인해 상처나 통증이 생기지 않도록 섬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또한 가벼운 산책이나 실내 운동, 노즈워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량을 증가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죠.”
박현성 수의사는 사람의 치매에 비해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진단 자체가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어디가 아파서 하는 행동일수도 있고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하는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인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원래는 안 그랬던 반려동물이 갑작스레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 이를 체크하며 알아채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의사는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원인은 유전적인 성향이 가장 커요. 증상으로는 하울링, 수면 패턴의 변화, 식탐 증가, 배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증상, 벽을 보고 짖거나 빙빙빙 도는 등 이상 행동 등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산책이에요. 산책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되죠. 노즈워크 같은 놀이도 물론 좋아요. 반려묘의 경우 아픈 걸 잘 숨기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고양이에게는 함께 놀이를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돼요.”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예방 위해선 적절한 운동·영양관리 중요…이상 증세 보일 시 빠른 치료 받아야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뇌의 퇴행성 변화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반려동물 치매’라고 한다”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수록 뇌 기능이 떨어지고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주요 5대 증상은 방향감각 상실, 사회적 상호작용의 변화, 수면 패턴 변화, 배변 습관 변화, 활력의 변화다”며 “나이가 들면서 반려동물이 구석에 들어가서 잘 나오지 못한다거나 목적 없이 계속 돌아다니는 현상, 분리불안,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 밤에 잘 자지 못하고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이유 없이 짖는 경우, 배변·배뇨를 갑자기 잘 못 가리는 경우, 활동성이 갑자기 늘거나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 제공과 영양관리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놀이나 운동을 통해 반려동물의 뇌를 자극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난 산책,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간단한 훈련, 장난감을 가지고 하는 놀이 활동 등을 통해 반려동물이 생각하고 반응하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영양관리 측면에서는 활성산소로부터 뇌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제로 비타민 E, 안토시아닌, 알파 리포산 등의 급여가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인지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된 아세틸-L카르니틴, S-아데노실메티오닌, 포스파티딜세린, 코코넛오일 등의 급여가 인지기능 장애 진행 억제에 도움을 주며 폴리페놀이 풍부한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 종류도 반려견의 인지장애 발생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 발병이 늘고 있다”며 “의심되는 행동의 변화나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 가능한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빠른 치료를 받아야 악화되는 퇴행성 변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평소 노령 반려동물에 대한 세심한 돌봄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치매인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예방을 통해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한 추억을 보다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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