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현대차증권이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실적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남녀 직원 간에 임금격차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여론 안팎에선 현대차증권 수장인 최병철 사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ESG 경영’에 재를 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거래 매출구조 탈피에 미온적 태도… 수익 안낸 삼성증권과 극명 대조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내부거래에 의존도가 높은 매출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을 비롯한 계열사와의 거래로 17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비용은 37억원에 불과했다. 특수관계자와 거래하며 139억원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증권의 순이익은 총 843억원이었다. 순이익 중 내부거래 비중은 약 16.5% 정도를 차지한다.
현대차증권은 그동안 줄곧 수익 중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해 왔다. 그 규모는 △2016년 146억원 △2017년 148억원 △2018년 150억원 △2019년 169억원 등이었다. 수익에서 비용을 뺀 이익 규모는 △2016년 81억원 △2017년 114억원 △2018년 111억원 △2019년 128억원 등으로 거의 매년 늘었다.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이익 비중은 각각 20.4%, 22.7%, 22.0%, 17.8%, 16.6% 등이었다.
비슷한 조건을 지닌 삼성증권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내부거래로 얻은 수익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비용을 제외하면 오히려 내부거래 수익은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내부거래 수익은 123억원으로 전년(129억원) 대비 4.4% 줄었다. 2016년 182억원을 찍은 뒤 매년 감소세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현대차증권의 내부거래 규모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공정자산총액은 246조840억원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457조3050억원으로 현대차그룹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증권사와 거래할 수 있는 여력과는 별개로 일감 몰아주기 규모는 더 컸던 것이다.
현대차증권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대체로 현대차 계열사들이 현대차증권에 퇴직연금 운용을 몰아주며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마련을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을 일감 몰아주기 용도로 변칙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운용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증권사들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의 계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차증권이었다. 현대차증권의 확정급여(DB)형 적립금 12조6454억원 중 계열사 물량은 88.0%(11조1328억원)에 달했다. 현대차증권이 운용하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액의 대부분이 그룹 내 직원들에게 나온 돈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비중은 △하나금융투자 30.0% △신한금융투자 20.0% △KB증권 18.7% △하이투자증권 11.5% △NH투자증권 8.9% △삼성증권 2.3% △신영증권 1.4% △한국투자증권 0.3% △대신증권 0.3% △미래에셋증권 0.04%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의 확정기여(DC)형 적립금 1783억원 가운데 835억(46.8%)은 자사계열사로부터 나온 물량이었다.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KB증권(17.2%)이나 삼성증권(13.2%)보다도 3배 정도 큰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직원 개인이 선택해 별도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경우 전체 9691억원 가운데 계열사 직원 유치 실적은 0원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중 컨설팅을 포함한 운용관리만 담당한다”며 “(계열사의) 퇴직연금 규모가 1조원을 넘겨도 계열사한테서 1원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컨설팅 비용(운용관리 수수료)을 포함한 계열사 내부거래 수익은 작년 전체 매출액 8400억원 중 0.2%에 불과하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고 하기에는 회사에 미치는 수익 기여도가 너무 적다”고 덧붙였다.
두터운 유리천장·남여 임금격차…현대차증권 수장 최병철, 정의선표 ESG 역행 논란
현대차증권은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작 그룹의 ESG경영 방침에는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력 3사는 각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권익 보호와 내부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ESG 논의를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맡겨 ESG 경영의 실행력과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은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S(Social·사회)'에 해당하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남녀임금 격차 등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반(反) ESG’ 성향이 두드러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 32명 중 여성은 1명에 불과했다. 3.13% 수준이다. 전체 직원 761명 가운데 여성비율이 3분의 1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증권 내 ‘유리천장’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내 주요 상장 증권사 중에서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6명 △NH투자증권 4명 △삼성증권 3명 △메리츠증권 2명 △키움증권 2명 △대신증권 2명 △유안타증권 2명 등의 여성 임원 수와 확연히 비교된다. 심지어 자산 규모가 작은 유진투자증권(2명), SK증권(5명), KTB투자증권(4명)보다도 적었다.
남녀 임금 격차도 컸다.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6460만원으로 남직원 임금(1억4300만원)의 45% 수준이었다. 남자가 100만원 벌 때 여성 직원은 45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남성 근로자 대비 여성 근로자 임금 비율인 69.4%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남성(7.7년)과 여성(6.7년)의 평균 근속연수를 비교해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본사영업 부문의 경우 남성(5.4년)과 여성(5.3년)의 근속연수 차이가 거의 없었음에도 3배 가까운 임금 격차가 났다.
이런 가운데 최병철 사장 등 등기임원 2명의 급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1인당 1억5000만원 수준으로 총 2억99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지난해 1억1000만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작년 연말 현금배당성향을 30.0%에서 28.2%로 줄이며 주주환원정책을 외면한 모습과는 달랐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체로 보면 (현대차증권의) 남녀임금 격차는 크지 않다”며 “(여성임원) 한분이 퇴사하고 한분이 다시 와서 1명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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