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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치가 ‘백년지대계’로 불리는 교육 분야로까지 확산된 모습이다. 계층 간 교육 격차 등을 청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부작용이 우려 되는 정책을 무분별하게 도입해 학부모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오로지 평등과 인권만을 위한 교육 정책으로 인해 교육의 하향평준화, 소년범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교육 포퓰리즘이 종국엔 특정 정치성향이나 사상 등을 주입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사고 폐지’ 학부모·학생 반발에도 ‘국교위’ 설치 밀어붙인 정부·여당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여당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2019년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 폐지 방침에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여당은 자사고 등에 대해 ‘귀족학교’로 변질돼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국교위에 대해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수정되는 교육정책을 획일화 해 백년대계를 세울 수 있다고 강변했다.
교육의 평등, 공교육 체계 확립 등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운 정부·여당의 교육 정책은 등장 초기엔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적지 않은 지지를 얻었다. 2017년 6월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8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사고 폐지 찬·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5％가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7.2％에 그쳤다.
그런데 정권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국민 반응은 과거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과 괴리된 사상주입, 교육 수준의 하향평준화 등 각종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법원 역시 배재고·세화고 등이 낸 행정처분 취소 요청을 수용해 두 학교의 자사고 지위 유지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힘 소속인 여명 서울시의원은 “사람이 자원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경쟁은 나쁜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 등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가 사회에 나가서 차디찬 현실과 마주하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어떻게 책임질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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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국교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은 해당 기관 설치에 사활을 걸고 관련법까지 통과시켰지만 교육의 획일화, 하향평준화 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국교위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원 구성도 편향적이다”며 “국교위는 ‘정권교육위원회’를 탄생시킨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교위 위원은 총 21명으로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여당 몫 4~5명 △교육부 차관 및 교육감협의체 추천 1명 △교원단체 추천 2명 △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육협의회 추천 2명 △시·도지사협의체 추천 1명 등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추천 인사, 여당 몫, 교육부 차관 등 친여성향 인사가 과반이 넘는 셈이다. 반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야당 몫은 4~5명에 불과하다.
인기몰이식 교육 정책에 기초학력 미달, 소년범죄 증가 등 부작용 속출
전문가들 역시 지난 4년간의 무분별한 교육 포퓰리즘으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학습 지원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4년 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3배 증가했으며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지속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중학교 3학년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6년(전수조사) 4.9％였지만 △2017년(이하 표집조사) 6.9％ △2018년 11.1％ △2019년 11.8％ △2020년 13.4％ 등으로 급증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고교 2학년 수학의 경우 2016년 78.2％였지만 △2017년 76.9％ △2018년 70.4％ △2019년 65.5％ △2020년 60.8％ 등으로 지속 감소했다.
공교육이 인기만을 쫓으며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자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지난 2분기 가구당 교육비 지출액은 1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특히 사교육비는 27.6％ 증가했다. 한국교총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초학력과 보통학력 저하 현상이 이어졌다. 학력 저하 원인을 코로나19에만 돌리고 전면 등교 추진 당위성만 부각시키는 분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강력범죄도 증가 추세에 있다. 5월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소년범죄는 청소년 인구 감소에 비례해 줄었지만 재범률·강력범죄율은 늘었다. 소년사건 재범률·강력범죄율은 2010년에는 각각 35.1％, 3.5％였지만 2019년엔 40％, 5.5％ 등으로 치솟았다. 일례로 특수폭행으로 수사 받은 후 2020년 3월 법원 결정이 있기까지 방치됐던 김모 군은 2019년 12월 공범과 함께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청소년 지능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7월 29일 경찰이 최근 3년 간 만 10~18세 청소년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6만6259건이던 청소년범죄는 지난해 6만4595건으로 약 2.9％ 감소했지만 배임·횡령·사기 등 지능범죄는 같은 기간 9928건에서 1만1900건으로 19.9％ 급증했다.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는 교육계 장악 의도는 없으며 하향평준화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교위는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성으로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백년대계 교육을 실현할 초석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당장 내년 선거가 급한 여권 대선주자들도 교육 포퓰리즘에 가세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국교위를 통해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좁히는 등 국가 주도 교육을 전개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의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1세기형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위한 교육혁명’ 제하 고등교육 정책에서 비록 독립성 보장을 주장했지만 국교위를 명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1일 세종시청 기자회견에서 국교위 찬반 입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교위에 지방정부 대표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지방‧교육자치 간 협력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청소년,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교육 포퓰리즘을 고수할 경우 종국엔 그나마 남아 있는 국민 신뢰마저 완전히 잃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교육 포퓰리즘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질 경우 결국엔 나라 전체가 송두리째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서민석 군(18)은 “학교가 학교가 아니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놀자판 분위기가 더 강하다. 학폭(학교 폭력)도 도를 넘고 있다”며 “심지어 책 보는 학생들을 은근슬쩍 ‘왕따’로 몰아가면서 야당을 비난하고 정부를 찬양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생 남매를 자녀로 뒀다는 학부모 지현미 씨(49)는 “내 아이들 장래를 자기들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순전히 미래의 표밭으로만 여기고서 우롱하고 있다. 여당을 지지했던 학부모들도 ‘더 이상 못 속는다’고 호소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교위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 퍼포먼스로 국민을 호도하면서 사실상 수시 전체를 학종(정성평가 중심)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경우 학종이 오히려 전면화 된다”며 “교사에게 실질적 교육과정 편성권을 주면서 학생의 객관적 학업성취 평가 등을 막으면 학생들 기초학력 미달은 증가하고 사교육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고 범국가적 혼란을 우려했다. 또 “교육자 권력이 군림하는 교주(敎主) 교육체계가 아닌 민주 교육체계가 필요하다”며 국교위 설치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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