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젊은 나이’, 라는 표현을 두고, 그 ‘나이’를 똑 떨어지게 특정할 수 없으니 난감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제 갓 60세라면 ‘젊은 나이’란 표현을 빌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의 부음(訃音)은 물리적인 타격감조차 느끼게 한다. 그 이가 타계? 라면서 내 의식은 그 소식을 황망히 밀어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부음의 속사정을 아직 모르니 추측이 더 빠르고 경박하다. 엊그제까지 내왕했던 그와의 긴 이별을 위한 수순치고는 의미 없는 버티기지만, 실감하기에는 죽음이란 걸 모르는 내 영육의 무지가 두텁고 아둔하다. 그를 떠올린다. 직장의 이른 은퇴, 술, 담배, 염세적 표현, 자기 생각에 대한 강력한 신뢰. 생각의 이어달리기. 허술하게 조합되는 단어들. 이런 기억들이 보인다. 술잔을 앞에 두고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도 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민, 어린 시절 순수했던 추억의 반추, 신산했던 젊은 시절의 꿈 이야기들.
며칠 후 문득 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생애 속에 서로 겹치는 장소와 인연이 중첩된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퇴직 이후 진행돼왔다던 그의 우울증. 나는 그 우울과 뇌졸증 사이에 놓인 여러 개인사를 알 길이 없다. 좀 아는 줄 알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또, 죄스럽다. 우울증과 뇌졸중 사이에 놓인 생각과 생각들이 극심하게 개별적이고 혼돈스러워서 얼마나 감내하기 어려웠을지, 짐작만 허둥지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프로젝트에서 우울증을 세계 두번째로 높은 건강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흔히 ‘정신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은 2020년 통계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10명 중 4명이 겪을 정도다. 소위, 코로나 블루로 불리우는 우울증 유병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성진규(하이닥 건강의학지) 기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병율 최고, 인식율 최하의 간극은 또 얼마나 많은 치명율을 생산해 낼까. 우울증에서 고혈압으로 가는 거리는 또 얼마이고, 우울증에서 심장병으로 가는 거리는 얼마나 될 것인가. 그 간극 사이에 놓이는 담뱃갑과 술병과 약물의 갯수는 얼마나 될 터인지, 알 수 없다.
혈관계 질환을 피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묘약
스트레스 증가와 생활 습관 불량은 우울감이나 우울증의 상호 먹잇감이다. 이 먹잇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 경쟁이 있는 한 무한생성과 무한증폭, 무한반복의 패턴을 그칠 수 없다. 물론 이 흐름을 막아세우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었던 건 아니다. 비록, 마차 바퀴를 세우려 드는 말똥구리 같은 무모함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팔 걷어붙인 의사가 매사추세추 대학병원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교수다. 그는 우울증의 근원인 스트레스 연구 의학을 만든 최초의 의학자로 등재돼 있다. 그는 1970년 대 후반, 심리신경 내분비면역학(PNI)이라는, 심리학, 신경과학, 내분비학, 신경 면역학을 망라한 ‘스트레스 학문’을 만든다.
벤슨 교수의 연구 핵심은 ‘명상의 의학적 연구’이다. (여기에서 ‘명상’은 서구의 ‘심리치료’와 동양의 ‘명상 및 수행’을 통합한 것으로 볼 수 있음-필자 註) 1970년 후반부터 진행된 그의 연구는 1994년까지 진행되었으며, 연구의 실천적 핵심은 ‘이완 반응법(relaxation response)’이다. 소위, 전통 명상수행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는 ‘심신의 이완을 통한 세타(θ)파의 발현’이 환자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관찰 결과를 발표한다.
벤슨 교수가 주목한 세타파는 수면과 의식 상태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뇌파다. 깊은 수면 같은 고요함 속에서도 또렷한 의식 상태인 것이다. 수면 중에 나타나는 알파(α)나 베타(β) 상태보다 깊은 세타(θ)상태는 건드려도 모를 정도의 깊은 잠에 비유된다. 이쯤되면 사람의 심신은 심도 있는 이완 상태에서 문제 해결력 증진과 함께 유쾌한 기분을 느낀다. 벤슨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그때 창의성 향상과 난관 돌파라는, 이제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풀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벤슨은 여기에서 명상을 통한 이완현상이 우울증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1975년 하바드 의대 부속병원은 ‘명상을 통한 이완 반응’을 환자 치료에 도입한다.
벤슨 교수의 ‘명상 이완연구’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세계적 성과 중, ‘명상을 통한 산화질소(NO)의 생성과 발견’은 1998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 등 3명의 연구진은 명상을 통한 심신 이완을 유도하여 지속적인 세타파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명상자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산화질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명상자 스스로 생성해내는 산화질소(NO:Nitric Oxide)는 협심증, 심장마비,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등 혈관계 질환자에게 특별히 긴요한 물질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명상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로서 벤슨 교수는 초기 연구자이다. 몸이라는 물질과 마음의 이완이 어떻게 쌍을 이루어 심신의 치료 효과를 얻게 되는지, 그의 연구에 영향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명상과 치료’ 연구는 뇌과학이나 양자역학 등과 결합되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연동되는 현상이 ‘마음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다. 서구에서는 21세기 심신통합이라는 대안 의학으로서 명상, 지구의 미래를 위한 영성적 삶과 인류 자산으로서 명상 연구 성과물들이 봇물을 이룬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한 그에게 나는 명상 생활을 권한 적이 없다. 권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앞을 가린 때문이다. 직장을 놓게 된 그의 긴급 상황 앞에 하릴 없이 ’눈 감고 앉아 있기‘를 권한다는 건 씨도 먹히지 않을 일이라는 관념에 묶여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몸에는 우울과 스트레스로 인한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코티졸이라는 독성 물질이 혈관을 채우면서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있었을 터였다.
이제라도 권해야겠다. 당신의 몸 속에 ‘이완’은 있는가. 당신의 몸에 ‘감을 수 있는 눈’은 있는가. 당신의 몸에 곧게 세울 수 있는 ‘등뼈’는 있는가. 당신의 몸에 ‘침묵’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최소한 ‘협심증, 심장마비, 고혈압, 당뇨병, 뇌졸증, 알츠하이머, 치매’ 등 혈관계 질환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묘약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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